[한시공방(漢詩工房)] <특집>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강성위, 푸른사상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공방지기 본인이 2019년 6월 26일 이래로 한경닷컴 “The Pen”에서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 가운데 일부를 묶어 이번 달에 책으로 간행하였습니다. 이 책의 출간을 자축하는 의미로 이 자리에 책의 간략한 서지사항과 함께 서문 및 목차를 붙여두어 기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책이 간행된 뒤인 엊그제 밤에 산보를 하다가 우연히 떠오른 시상을 바탕으로 엮어본 3구시 하나를, 책을 낸 후의 소감으로 삼아 말미에 붙여두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환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부끄럽게 소개합니다. 다들 빛나는 계절이 되시기를 빕니다.태헌 재배


□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서지사항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강성위 지음|푸른사상 교양총서 16
152×224×21mm320쪽|26,000원|ISBN 979-11-308-1905-1 03810 | 2022.4.5□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의 서문 : 책머리에

나는 산처럼 서서 널 생각한다.
吾立如山思吾君(오립여산사오군)

신석정(辛夕汀) 선생의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에 보이는 이 시구 하나가 저자에게 우리 현대시를 한시(漢詩)로 옮기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사실 그전에도 가끔 한글 카피나 문구 등을 한시 구절로 옮겨 보고, 또 지인이 지은 한글시를 재미삼아 한시로 재구성해보기는 했지만, 현대시를 본격적으로 번역해보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선생의 이 시구를 한시 구절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소개한 뒤부터였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중문학과 이정훈 선생의 꼼꼼한 조언과, 한국경제신문사 고두현 논설위원의 따스한 제안과, 푸른사상출판사 맹문재 주간의 적극적인 배려가 더해져, 이 책이 마침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애초에는 원시(原詩) + 한역시(漢譯詩) + 중국어 번역시로 구성하여 중국에서 먼저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중국어로 옮길 전문 번역가를 섭외하는 일이 여의치 못하여, 부득불 발표 순서를 변경해서 한역한 시를 칼럼으로 엮어 소개하게 되었다. 과문(寡聞)인지 몰라도 중국의 현대시를 중국인 누군가가 한시로 옮겨 책을 낸 일이 있다는 말은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 어쩌면 한시로의 번역에 한역 노트를 곁들인 이 칼럼집은 현대시를 한시로 옮긴 최초의 저작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2019년 6월 26일부터 한국경제신문의 인터넷판인 한경닷컴에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라는 코너를 열고 칼럼 집필을 시작하였다.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이 기간 동안 거의 매주 1회씩 지금까지 연재한 칼럼이 총 120 꼭지가 넘는다. 그리하여 책으로 간행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출판계의 사정 등을 감안해서 선집으로 선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이 책에 수록하지 못한 나머지 칼럼들은 부득이 후일을 기약하기로 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4부까지는 시인들의 원시에 나타난 계절이나 칼럼 발표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를 편성하였으며, 각 부 안에서는 일관되게 시인의 한글 이름순으로 배열하였다. 시인 1명당 한 수씩 수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각 부마다 16수씩 도합 64수를 수록하였다. 4부까지의 모든 칼럼은, 일률적으로 “원시”를 앞에 두고, 그 다음에 저자의 “한역시”와 그에 대한 “주석”을 곁들였으며, 마지막에 저자의 한역시에 대한 직역(直譯)인 “한역의 직역”을 첨부한 뒤에 “한역 노트”라는 이름으로 해설을 적었다. 5부는 저자의 자작 한글시 1편을 시인들의 시처럼 칼럼으로 엮은 한 꼭지와, 자작 한시를 칼럼으로 작성한 여섯 꼭지로 이루어졌다. 말하자면 5부는 저자의 작품만 따로 다룬 부록(附錄)이 되는 셈이다.우리 현대시를 한역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원시에는 없는 말이 더러 보태지기도 하였고, 원시에는 있는 말이 더러 빠지기도 하였다. 또한 한글과 한문의 언어 생리가 다른 탓에 시구(詩句)의 순서가 더러 바뀌기도 하였다. 이점 두루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그리고 한경닷컴을 통해 소개할 때와는 자구(字句)가 약간 달라진 꼭지도 일부 있지만, 대개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서문에 특별히 감사의 뜻을 표해야 할 두 분 선생님이 계신다. 한 분은 저자의 고등학교 선배님이자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이신 김언종 선생님이고, 다른 한 분은 저자의 대학교 선배님이자 서울대학교 중문학과 명예교수이신 이영주 선생님이다. 이 두 분 선생님은 저자를 위하여 추천사를 기꺼이 써주셨을 뿐만 아니라 저자가 한역 과정에서 범한 크고 작은 오류들까지 바로잡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 은혜를 어찌 형언(形言)할 수 있겠는가!

저자가 이 칼럼을 집필하고 이 선집을 엮으면서 느꼈던 감회를 단 한 구절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강호는 넓고 좋은 시는 많다
江湖廣大好詩多(강호광대호시다)

다만 저자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여 눈길과 손길이 두루 미치지 못한 것이 그저 안타깝고 면구스러울 따름이다. 이 척박한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면서도 시의 영토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시인들께 고요히 고개 숙인다.

2022년 경칩(驚蟄)을 앞두고

구로(九老) 학우재(學牛齋)에서 태헌(太獻) 강성위(姜聲尉) 삼가 적음


□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의 목차 : 차례

♣ 1부 온 천지가 꽃이라도
고두현, 저무는 우시장
구양숙, 봄날은 간다
김용택, 흰 밥
김원준, 우짤란지
나태주, 풀꽃
박종해, 흰구름
송창선, 책 시
신지영, 꽃의 마중
오순택, 바늘귀
유안진, 은발이 흑발에게
유은정, 빨랫줄
윤동주, 새로운 길
이길원, 분재
이대흠, 소쩍새
정현정, 귀
조지훈, 낙화

♣ 2부 그대가 초롱초롱 별이 되고 싶다면
권영상, 하루살이와 나귀
권옥희, 여름 숲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김용수, 그해 여름
맹문재, 물고기에게 배운다
문근영, 연잎
박인걸, 무더위
박호현, 공짜
반칠환, 웃음의 힘
안도현, 어둠이 되어
오세영, 강물
오수록, 섬진강 여울물
유승우, 파도
윤수천, 우산 하나
이생진, 부자지간
한상순, 지렁이의 일생

♣ 3부 보름달 하나 솔가지에 걸어뒀소
강준모, 가을
고증식, 늦가을
공재동, 낙엽
김명숙, 코스모스
김시탁, 가을밤
나호열, 당신에게 말 걸기
복효근, 단풍
유자효, 추석
윤지원, 만월(滿月)
이기철, 중앙선 타고 가며
정호승, 풍경 달다
정희성, 집에 못 가다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허영자, 감
홍수희, 낙엽 한 잎
홍해리, 가을 들녘에 서서

♣ 4부 그대에게 가는 길
김승희, 꿈과 상처
김종길, 겨울 아침풍경
도종환, 병든 짐승
목필균, 첫눈
박예분, 겨울 허수아비
서정춘, 첫사랑
소 현, 이웃집 아가씨
신천희, 술타령
안상학, 밤기차
양광모, 멈추지 마라
오탁번, 설날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이재무, 겨울나무
이정록, 저녁
이중열, 역사(驛舍) 앞에는 흰 눈이 펄펄 내린다
정백락, 네 곁에서

♣ 5부 세상을 메모하면[강성위 한글 시와 한시]
어머니가 고등어 굽던 날
賀介弗先生停年退任(하개불선생정년퇴임)
讚先笑先生(찬선소선생)
安兄白檀杖(안형백단장)
眼瞼手術(안검수술)
讀柳岸津先生之野花岸上詩後(독유안진선생지야화안상시후)
家弟筆架(가제필가)


□ 자작서후(自作書後) : 스스로가 지은 ‘책을 엮은 후에’

太獻三難(태헌삼난)

詩海無邊選詩難(시해무변선시난)
語路多岐譯詩難(어로다기역시난)
才菲學淺說詩難(재비학천설시난)

태헌의 세 가지 어려움

시의 바다 끝이 없어 시 고르기 어려웠고
말의 길 갈래가 많아 시 옮기기 어려웠고
재주 엷고 학식 얕아 시 해설이 어려웠네

2022. 4. 19.<한경닷컴 The Lifeist> 강성위(hans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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