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100일] ③ 매년 400명 사망…악순환 끊을까(끝)

등록 말소·영업 정지 예상…"일회성 그치지 않도록 법률로 징벌적 처벌 강화"
업계 "적용법 중복·책임 모호" 반발…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가시화 '아직'
"매년 400명 넘는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 출근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장례식장으로 간다. "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간 2천376명의 건설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모든 산업에서 재해가 발생하지만 건설업은 유독 질병이 아닌 사고 사망 비율이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2천62명 중 사고 사망 비율은 42.7%(882명)로, 업무상 질병이나 사업장 외 교통사고 등의 비율이 과반이 넘는다. 그러나 건설업종은 사망자 567명 중 80%(458명)가 현장 사고로 사망했다.

건설 기업의 현장 안전관리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 등이 의무를 제대로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는 앞서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6월 일으킨 광주 학동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9명 사망·8명 부상)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했다.

7개월 만에 대형 참사를 반복한 만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토부는 서울시에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에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등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하도급업체에 대해서도 광주 서구에 같은 요청을 했다.

이와 함께 부실시공으로 3명 이상 사망자 발생 시 시공사의 등록을 말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았다.

광주시도 향후 광주시 추진 사업에 일정 기간 참여를 배제하도록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현대산업개발 처벌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법 제정 및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산업 안전 사고와 관련한 법률은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이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지난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시행일 이전이라 이 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현대산업개발이 연이어 대형 안전사고를 유발하면서 처벌 규정 강화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지난 1월 25일 중대 재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자와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처벌 하한을 1년에서 3년으로 높였고 인허가 및 감독권 가진 공무원 처벌, 5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등을 추가했다.

반년간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건설안전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와 설계·시공·감리자 등 모든 건설 주체에 안전 관리 책무를 부여하고 의무 소홀로 사망 사고가 나면 1억원 이하의 벌금, 7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뒤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규정과 중복되고 책임 소지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민주당은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직후인 지난 1월 17일 긴급 당정 협의를 열고 조속한 제정에 힘쓰겠다고 표명했다.

새 정부에서 특별법이 제정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산재 예방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 대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약 실행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실시공을 근절하고 안전한 건설 현장을 조성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실천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