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 전성시대'…올해 1분기 국산 완성차중 RV 판매비중 50% 돌파

크고 편안한 차 선호 경향에다 캠핑·차박 열풍으로 인기 '쑥'
승용 모델 비중은 30% 초반대…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레저용차(RV·Recreational Vehicle)의 인기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올해 1분기 처음으로 국산 완성차업체의 판매량에서 절반을 넘는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단'으로 불리는 승용 모델의 비중은 30% 초반대까지 떨어져 시장 주도권을 RV에 완전히 넘겨줬다.

1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자동차 통계 월보와 국산 완성차 5개 사의 판매 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와 기아, 르노코리아차, 한국GM, 쌍용차 등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 30만8천298대 가운데 RV는 15만9천379대로 51.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RV 판매 비중 46.4%보다 5.3%포인트(p) 오른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에 47.5%를 기록했다.

2010년 국내 RV 모델의 연간 판매량은 27만5천433대에 불과했지만, 2016년 54만2천32대, 2018년 60만3천69대, 2020년 71만8천295대 등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탓에 RV 판매량도 줄어 68만1천521대에 그쳤지만, 2010년과 비교하면 약 2.5배로 커졌다. RV 시장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동안 매년 평균 8.6% 증가한 것이다.

반면 승용 모델은 올해 1분기 10만602대가 팔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6%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36.9%)와 비교하면 4.3%p나 떨어졌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도로 위 자동차 10대 가운데 승용 모델은 3대에 불과한 셈이다.

2016년만 해도 승용 모델이 연간 전체 판매량(158만8천572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4%(80만1천347대)나 됐다.

그해 RV 비중은 34.1%였다.

두 모델의 비중이 역전된 시점은 2020년이었다.

당시 승용 모델의 비중이 40.8%(65만6천420대)에 그친 가운데 RV는 44.7%로 치고 나갔다.

이후부터 RV 중심의 시장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RV 대세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여가 활동의 방식이 크게 바뀌면서 차박이나 캠핑 등 가족 단위의 레저 활동이 인기를 끈데다 비싸지만 더 크고 편안한 차에 대한 '보복 소비'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RV 판매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다양한 차급에서 RV 라인업을 대폭 늘리는 추세이다.

2010년 국내에 판매된 RV 모델 수는 18개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32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캐스퍼와 같은 경형 SUV부터 GV80 같은 고급 대형 SUV, EV6 같은 전기차, 렉스턴 스포츠 칸이나 콜로라도 같은 픽업트럭까지 종류가 다양해졌다.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용량이 큰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넓은 실내 공간을 구현하는데 유리한 RV 모델을 중심으로 차량 개발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승용 모델의 재약진도 기대된다. 현대차가 전용 전기차로 SUV인 아이오닉 5를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승용 모델인 아이오닉 6를 출시할 예정이고, 연말에는 꾸준히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그랜저의 7세대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어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