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만 40억…'투자 도사' 네이버도 물린 이 주식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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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지분 1%를 420억원에 매입한 네이버네이버가 최근 420억원을 들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호 주주(백기사)로 분류되는 네이버가 지분을 사들인 만큼 경영권 분쟁을 겪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도 한층 단단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 회사 지분 매입으로 평가손실만 40억원 넘게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매입가격 6만4422원...15일 종가 5만8300원
평가수익률 -9.5%...상호 백기사 위해 투자
경영권 분쟁 겪은 조원태 회장 체제 힘받을듯
한진칼 지분 427억원어치 사들인 네이버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 1%(66만3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12월 21일에 한진칼 지분 0.26%(17만4636주)를 85억7300만원에 사들인 네이버는 작년에 추가로 지분 0.73%(48만8364주) 341억3900만원에 매입했다. 총매입가격은 427억1200만원, 주당 매입 가격은 6만442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종가(5만8300원)를 고려하면 네이버는 현재 평가손실 40억591만원(평가수익률 -9.5%)을 기록 중이다.네이버는 한진칼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전략적 제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작년 2월 24일 한진칼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항공 서비스 분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두 회사는 협약에 따라 디지털 역량을 연계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자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네이버는 협약을 맺기 위한 교섭 과정이 진행된 2020년 12월 경영권 분쟁을 겪던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조 회장을 비롯한 현 한진그룹 경영진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네이버는 향후 한진칼 지분의 추가 매입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연금(지분 8.94%)이 최대 주주인 네이버는 경영권 강화를 위해 미래에셋증권 이마트 등과 상호 지분을 맞교환하는 등의 서로의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는 향후 경영권 분쟁을 겪을 경우 자사주(지분 8.99%)를 한진칼에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백기사 역할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권 강화차원이지만 '투자 고수'로 꼽히는 네이버로서는 평가 손실이 상당하다. 지난해 말 네이버가 단순 투자에 나선 기업은 총 305곳(상장사 18곳, 비상장사 287곳)으로 이 곳에 투자한 자금은 총 5조3524억원에 달했다. 이들 단순투자기업의 지난해 말 평가가치는 5조6262억원으로 평가수익률은 5.1%에 달했다. 하지만 한진칼 투자에서는 10%대에 육박하는 손실률을 기록 중이다.
호반 등장에 긴장...조원태 체제 다시 힘받을듯
네이버의 등장으로 조 회장 체제엔 적잖은 힘이 실릴 전망이다. 조 회장은 최근 3년 동안 한진칼을 놓고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18.34%의 지분(조 전 부사장 지분 제외)을 보유 중이다. 델타항공(지분 13.21%) 산업은행(10.58%) 등 우호 주주 지분까지 합치면 42.13%에 달한다.조 회장 경영권을 위협하는 반도건설 지분은 17.02%에 달한다.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은 이달 초 KCGI 지분 17.43%를 6839억원에 매입했다. 호반건설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고, 경영에 개입할 계획은 없다고 한진그룹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70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의 자금을 쏟았다는 것을 누가 믿겠냐"고 반문한다.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참여한 호반건설이 기회를 틈타 반도건설과 손잡고 조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 것이라는 분석이 적잖다. 한진그룹은 작년 말 현금 및 유동성 자산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자금력이 탄탄한 호반건설의 등장과 향후 행보에 적잖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네이버가 우호 주주로 등장하면서 조 회장 체제 강화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아직 우군인지 적군인지 판가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분 1%인 네이버 등장은 앞으로 경영 활동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