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보장형에 묶여 있는 퇴직연금…年 수익률 고작 1.35%

‘2021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 발표
원리금보장형 수익률 1.35% vs. 실적배당형 6.42%
퇴직연금 적립금이 1년만에 40조원이 증가해 3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주식형펀드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운용 비중은 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원리금 보장형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한 ‘2021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295조6000억원이었다. 전년 말 대비 40조1000억원(15.7%)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 보면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적립금 비중이 58.0%(17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 비중이 각각 26.2%(77조6000억원), 15.7%(46조5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개인형 IRP 적립금은 전년 대비 35.5%(12조1000억원)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세제혜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형 IRP 적립금은 3년 연속 3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머니 무브’도 가속화됐다.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주식시장 활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체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형 운용 비중은 86.4%(255조4000억원), 실적배당형 비중은 13.6%(40조2000억원)였다. 특히 실적배당형에는 지난해에만 12조8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실적배당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2.9%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 내 가장 큰 증가폭이다.
연간 수익률은 전년 대비 부진했다. 2020년 수익률(2.58%) 대비 0.58%포인트 감소한 2.00%를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주식 시장이 정체되기 시작하고 저금리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적배당형 수익률이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을 압도했다. 실적배당형 수익률은 6.42%인 반면 원리금보장형은 1.35%에 불과했다. 실적배당형 운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255조4000억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이 1~2%대 수익률을 내는 원리금보장형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장기수익률로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원리금보장형의 최근 5년 연간 환산 수익률은 1.59%였다. 최근 10년 연환산 수익률(2.19%)보다 낮아진 이유는 10년간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실적배당형은 10년 연환산 수익률(4.09%)보다 5년 연환산 수익률(5.18%)이 더 높았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미국처럼 한국도 실적배당형 상품 중심으로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며 “자본 시장의 성장과 함께 근로자들의 노후 자산이 탄탄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