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의 법경제학자의 눈] 카카오택시 '배차 알고리즘' 읽는 법

기업의 알고리즘 원리 공개는 드문 일
기사 운행 횟수와 승객의 평가 반영
경쟁사 배차시스템 억제 효과는 미지수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카카오 택시의 배차 알고리즘 작동 원리를 발표했다. 규모 있는 기업이 자사의 주요 알고리즘에 대해 그 작동 원리를 공개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 공개는 매우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어서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개된 알고리즘 작동 원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유용한 방법 하나는 알고리즘의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알고리즘의 목표가 어떻게 설정됐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우선 알고리즘의 핵심 요소로 입력값, 출력값 그리고 계산 절차를 들 수 있다.카카오 배차 알고리즘의 경우에 주요 입력값은 택시 승객의 출발지와 목적지다. 이외에 도로 상황 등 배차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다른 요소도 모두 입력값이다. 한편 출력값은 호출 메시지를 전송할 택시 기사를 특정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입력값을 이용해 출력값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 계산 절차가 된다.

배차 알고리즘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택시 기사가 승객의 위치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고, 호출한 승객이 기사의 응답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다. 카카오 배차 알고리즘의 경우에는 승객의 응답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운행 중 승객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이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두 가지 알고리즘을 순차적으로 이용했다. 하나는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이고 또 하나는 택시가 승객의 출발지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추정해 배차하는 시스템이다. 첫 번째 방식은 호출을 수락할 확률이 높고 일정 수준의 운행 품질을 보이는 기사군을 추출한 뒤, 이 중 가장 빠르게 출발지에 도착할 수 있는 기사 한 명을 특정해 호출하는 것이다. 만일 이 기사가 배차를 수락하면 승객을 만나 운행이 진행된다. 한편 이 기사가 배차를 거절한다면 두 번째 유형의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두 번째 유형의 알고리즘은 계산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승객의 출발지에 도착하게 될 시간을 계산해 순차적으로 기사들에게 배차 호출을 하는 것이다.카카오 배차 알고리즘의 독특한 특징은 두 가지 알고리즘 중에서 처음 방식인 AI 배차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AI 배차 시스템은 다섯 가지 요소를 핵심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는데, 이를 넓게 보면 두 가지 유형의 요소가 고려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운행 횟수와 수락률 등을 고려할 때 기사가 카카오 시스템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용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둘째는 기사가 승객들로부터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는지 여부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요소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사들에게 배차 우선권이 주어지는 구조다.

카카오의 설명으로는, 이 방식을 도입한 결과 승객이 배차 요청을 하고 나서 응답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효율적인 배차 알고리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택시 기사의 입장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타날 수 있다. 카카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승객들로부터 크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은 기사들에게는 우선적인 배차 기회가 주어지므로 이 기사들은 불만이 없겠지만, 그 이외의 기사들로부터는 불만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장 전체로 보면 어떠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카카오의 배차 시스템이 택시 기사들로 하여금 카카오가 아닌 경쟁 업체의 배차 시스템을 이용할 유인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운행 횟수가 고려되는 구체적인 계산 방식에 따라 억제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한 억제 효과의 가능성에 관해서는 카카오가 공개한 자료만으로는 파악이 어렵다. 알고리즘 작동 원리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는 전향적인 의사결정을 했지만, 그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