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공사 중단'에 조합 '시공사 교체' 맞불…"이러다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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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시공사 대립 점입가경역대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와 조합 간 극한 대립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행을 빚고 있다. 공사비 미지급으로 시공사업단(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이 지난 15일 전면 공사 중단에 들어가자 조합 측은 16일 전 집행부가 통과시킨 공사비 5600억원(총공사비 3조2294억원) 증액 결정을 취소했다. 조합 측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계속되면 시공사 교체까지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에는 교체 권한이 없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조합과 시공사 간 ‘벼랑 끝 대치’에 1만2032가구(일반분양 4986가구),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재건축조합 '증액계약' 취소
"공사비 인상분 검증하자는데
막무가내로 우리 요구 묵살
접점 못 찾으면 시공사 바꿀 것"
반발하는 시공단
"비용 세부내역 누가 공개하나
조합 발목잡기에 공사 지연
계약 해지는 법원 결정 따라야"
시공사와 조합의 ‘극한 대립’에 사업 파행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16일 둔촌동 동북중·고교에서 총회를 열고 2019년 12월 조합 전임 집행부가 의결한 공사계약 변경을 취소하는 안건을 94.5%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시공단이 전날 전면 공사 중단에 들어가자 공사비 증액 취소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양측 간 갈등은 2019년 12월 전임 집행부가 1000가구 신축 및 상가 공사비,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해 기존 2조6708억원이던 공사비를 3조2294억원으로 약 5600억원 증액한 게 발단이 됐다. 조합 핵심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전 조합 집행부의 의결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공사비 증액 의결이 정당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합 측은 각종 건설자재 비용 인상으로 인한 증액 필요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비를 무조건 증액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증액분이 합당하게 책정된 것인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창호 새시 등 자재의 종류를 확정하지도 못했는데 증액 세부내역서를 어떻게 가져오라는 얘기냐”며 조합의 주장이 무리라고 반박했다. 특히 공정률이 52%에 이르기까지 지난 2년 동안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증액 결정을 취소하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측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두 차례나 거쳤다”며 “당초 원안보다 가구수가 늘어난 데다 조합 측의 자재 고급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공정률 52%에서 시공사 교체 가능한가
양측 갈등의 마지막 변곡점은 시공사 교체 여부가 될 전망이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이어지면 오는 25일 총회를 열어 시공계약 해지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공단은 “조합이 일방적으로 해지할 권한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시공계약을 해지하려면 법원에서 ‘시공사업 해지권’을 놓고 다퉈야 하는데 시공사의 귀책 사유를 법원에서 구체적으로 입증해 조합이 승소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시공사 교체가 가능할지를 두고 정비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9개월가량 늦어진 분양 일정은 차치하더라도 기투입 공사비 1조7000억원과 조합에 빌려준 대여금 7000억원, 손해배상금까지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른 건설사가 쉽게 떠안을 수 없는 초대형 사업장이라는 얘기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소송으로 방치된 건설현장이 노후화되면 다시 정비하는 데 공사비가 또 들고 그사이에 자재비도 더 오를 것”이라며 “현재 증액분인 3조2000억원보다 더 많은 공사비를 투입해야 할 수 있어 새롭게 뛰어들 건설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속도가 생명’인 재건축 사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양측이 이른 시일 안에 타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양측이 승자 없는 싸움을 이어가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이 입게 된다”며 “조합 측은 시공사가 아군도 아니지만 적도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