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현명한 요청과 현명한 거절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요청과 거절의 두 사례
사장의 갑작스런 지시에 김팀장은 재무팀의 B과장에게 3개년 재무 분석 자료를 오후 늦게 요청해 밤 11시 넘어 메일로 정리된 자료를 받았다. 김팀장은 답변으로 밤 늦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언제 식사 함께 하자는 답을 남겼다. 김팀장은 일찍 출근해 보고서를 작성해 사장으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받고 퇴근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재무팀의 B과장은 김팀장 일이라면 일단은 바쁘다고 거절하거나, 기일을 맞추어 어쩔 수 없이 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왜 그럴까?
김주임은 내성적이고 매우 성실한 직원이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하여 주변의 일을 도와주다 보니 정작 자신의 일은 늦은 시간 시작하여 매일 야근이다.
김주임은 ‘오죽하면 나에게 부탁하겠는가’ 하는 마음, 일이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매일 자신에게 부탁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일들을 보면 자신들이 못할 상황도 아닌데 요청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조금 화가 나는 상황도 있었다. 당연히 팀장이 자신이 도와준 사실을 알겠지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루는 요청이 많아 한 선배의 요청을 시간 내 마치지 못하게 되었다. 선배는 화를 내며 김주임 때문에 중요한 일이 잘못되었다며 책임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김주임은 다시는 도와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을 탓하며 오늘도 자신의 일을 야근하며 처리한다.
요청하기 전보다 요청이 끝난 후 더 존경해야 한다.
요청을 하는 사람은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고 당연히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곤란하다.
요청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급하다. 중요한 일이고 시간이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한다. 중요한 점은 요청을 받는 사람의 상황이다.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바쁠 수 있고,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나와의 신뢰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요청하는 일의 내용이 요청 받은 사람이 해야만 할 일인 가도 중요하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떠넘긴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일을 부탁하면 곤란하다. 요청의 방법도 지시와 강요가 아닌 기분 좋게 수용할 수 있도록 언행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처음 또는 오랜만에 요청했는데 거절했다고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과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게 된다.요청을 하는 사람은 요청 전과 후를 다 고려해야 한다. 요청 전에는 일의 의미와 내용, 자신의 상황,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달되어야 한다. 상대의 전문성과 돋보이게 해야 한다.
이 요청이 자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부각해야 한다. 정말 더 중요한 것은 요청이 마무리되었을 때의 태도이다. 당연히 할 일이 해줬구나 생각하면 곤란하다.
들어갈 때 보다 나왔을 때 더 나은 모습이 되어야 한다. 도와 준 상대에게 감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도와준 일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 도와준 사람이 감동을 받도록 해야 한다.
회사의 일이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함께 하기에, 한번 보고 다시는 안볼 사람처럼 하거나, 적을 만들어서는 매우 곤란하다. 말로만 고맙다고 하거나, 메일이나 문자로 감사 인사를 하며 끝내는 것은 부족하다. 요청을 받아 해준 사람의 시간과 노력, 배려한 마음 이상의 감동을 줘야 한다.
거절에도 예의가 있다.
자신의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일의 중요성과 긴급성은 몇 마디 하면 알 수 있다. 내일이 중요하지만, 요청하는 상대의 일이 더 중요하고 긴급하다면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에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의 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내 일을 조금은 여유롭게 할 수 있는데, 남의 일을 도와주고 내 일도 시간에 쫓기어 긴급하게 하고 싶지 않다.
요청하는 사람이 크게 좋아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이전에 도와줬는데 후회되는 경험이 있다면 더 더욱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매일 봐야만 하는 같은 팀의 선배라면 불편한 마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경우에는 자신의 생각과 일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현명한 거절 방법은 무엇일까?
1) 때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보여주며 고민 없이 거절하는 방법도 한 수단이다.
“오늘 제가 할 일이 이만큼 인데, 지금 저도 손이 부족합니다.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된다. 요청한 사람도 거절한 사람도 불필요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감정 상하지 않고 넘기는 방법이다.
2) 그라운드 룰과 상사를 통한 업무 협조 방법이다. 팀의 그라운드 룰 중 하나를 모든 개인적 업무 요청은 공식 업무 협조를 통해 팀장의 지시 하에 이루어지도록 가져가는 것이다.
팀원들의 난처한 상황을 피하고, 팀장이 요청 내용과 담당자를 정해 주며 일이 공식적으로 처리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3) 개인적 요청의 경우, 자신의 일이 마무리 된 후 요청 받은 일을 시작하여 마무리 되는 시점을 마감으로 정하는 방법도 한 방법이다. 대부분 요청하는 사람은 요청 받는 사람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빨리 해달라고 말하게 된다.
언제까지 해 줄 수 있다고 말하면 요청하는 사람이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지금 즉시 해달라고 하는 것은 요청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거절을 할 때, 할까 말까 망설여 불안하게 하거나, 도와주는 대가를 요구하거나, 한 마디로 거절하면 요청한 사람은 무안하다. 사소한 일로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경우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내 일은 내일, 남의 일은 남의 일이라고 선을 긋고 절대 요청과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은 피곤하다. 이 보다 더 피곤한 사람은 요청하는 사람 일을 다 수용하고 자신의 일 뿐 아니라 요청 받은 일도 마무리 못하는 직원이다.
이 직원으로 인해 팀워크는 무너지며 성과는 떨어지게 된다.
알지도 못하는 일로 책임을 져야하는 조직장은 오죽 하겠는가?<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