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겨우 '숨통' 틔인 자동차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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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코로나19, 유가인상' 영향 커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코로나19 사태와 보험료 인상 영향으로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가격인하' 압박 시작될까
금융감독원이 18일 공개한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및 감독 방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합산비율은 각각 81.5%, 97.8%였다. 손해율이란 가입자에게 지급한 발생손해액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합산비율이란 손해율과 보험사가 지출하는 사업비 율을 합친 것을 말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2%포인트, 4.4%포인트씩 내려간 것으로 각각 2017년 이후 최저다.손해율이 떨어진 건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운행량이 줄고, 사고율도 하락한 영향이다. 손해액(보험금+업무경비)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지만, 보험료 인상과 보험 가입 대수 증가가 겹치면서 보험료 수입은 이보다 큰 폭인 8.1% 늘었다.
이에 힘입어 판매사 12곳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익도 3981억원으로 전년(-3799억원)보다 7780억원 늘어나 2017년 이후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욱 떨어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의 지난 2월 기준 손해율은 각각 7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 크게 유행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급증하면서 자동차 운행이 더 줄어든 탓이다.그러나 지난해 자동차보험 '깜짝 흑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고, 최근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하면서 향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손해보험사들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1분기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누적 77.7%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지난해의 실적 개선을 명분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누적 적자가 10년간 9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삼성화재, KB손보 등은 개인용 및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소폭 인하한 바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가격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인상 폭에 대한 구두 요청 등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시 통행량 회복되고, 적절히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면 다시 적자 상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