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첫 전북지사 3선' 좌절…정계 은퇴 송하진 '영욕의 8년'

새만금 개발·국제대회 유치·예산 9조원 성과…산업·경제 침체 한계
"컷오프 생각 못해. 남은 기간 도정 공백 없도록 잘 챙기겠다"
"떠오르는 아침 해와 아름다운 저녁노을 사이, 새들은 하늘 높이 날고 꽃들은 저리도 밝게 피었습니다. "
민선 첫 3선 전북도지사를 꿈꿨던 송하진(69) 도지사는 18일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이 말을 남겼다.

수사로 물든 애매모호한 문구에 송 지사는 "제 가슴속에 품어왔던 나름의 시적 표현을 담았다고 보면 된다"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자 공천심사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송 지사의 도정은 '영욕의 8년'으로 압축된다. 새만금 국제공항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과 세계 잼버리대회 등 국제대회 유치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군산 현대조선소 가동 중단·GM 공장 폐쇄 등에 따른 지역 산업·경제 침체는 한계로 평가된다.

무난하고 안정적인 도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도민도 적지 않았으나 현안마다 이견을 보인 전주시나 시민·환경단체와는 줄곧 마찰을 빚어 '불통' 이미지를 쌓기도 했다.

2006년과 2010년 전주시장에 내리 당선된 이후 2014년 전북도지사에 당선된 송 지사는 농업과 관광, 인구 부양 정책에 힘썼다. 이때 나온 게 관광객 1억 명, 소득 2배, 인구 3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123 공약'이었으나 임기를 마칠 때까지 완수하지는 못했다.

되레 현시점에서는 냉정하게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후 2018년 재선에 도전해 70.57%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그는 GM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 위기를 맞닥뜨렸다. 기나긴 중앙정부 설득 끝에 새만금 투자와 군산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을 약속받아 높은 파고를 넘었다.

국가균형발전을 역설하며 임기 초 6조원대에 불과했던 국가 예산 규모를 지난해 9조원 가까이 끌어올리기도 했다.

다만 굵직한 기업과 대규모 민간자본 유치에는 이르지 못해 재정자립도가 만년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등 열악한 지역경제 현실을 타개하지는 못했다.
송 지사는 재임 기간 치적으로 꼽히는 새만금 내부 개발과 국제대회 유치를 발판 삼아 민선 첫 3선 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의 공천 배제로 링 위에 오르지도 못하고 수건을 던져야 했다.

그는 이날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얼마 전까지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1%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결코 공천 심사 결과를 수용(인정)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동안 제가 당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조용히 물러남으로써 갚겠다"고 쓰린 속내를 내비쳤다.

그간 소회와 중앙당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머지않아 (의견을) 피력하거나 책자를 발간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송 지사의 임기는 오늘 6월까지이다. 그는 "책임 지워진 기간의 일은 끝까지 잘 챙기겠다"고 도정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