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물량 12만호 중 30%, 60㎡ 이상으로…동호수 공개추첨제 도입 영구·공공임대 24개 단지 3만3083호 재정비…1호는 '하계 5단지'
서울시가 5년간 공급할 임대주택 신규 물량의 30%를 60㎡ 이상 평형으로 채우고, 임대주택과 일반 분양주택이 구분되지 않도록 동·호수 공개추첨제를 전면 도입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방안'을 18일 발표했다.
임대주택 혁신방안은 지난 30여 년간 양적 공급에 치우쳤던 공급자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는데 방점이 찍혔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을 위한 품질 개선 ▲ 차별·소외를 원천 차단하는 완전한 소셜믹스 ▲ 준공 30년 넘은 노후 단지의 단계적 재정비를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수요를 반영하는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을 만들겠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 동호수 공개추첨제 전면 도입…임대·분양 구분 없는 '소셜믹스' 우선 서울시는 선호도가 높은 임대주택 평형을 대폭 늘린다.
시에 따르면 임대주택 입주자 10명 중 7명은 60㎡ 이상 평형에 살기를 희망하지만, 실제로는 절반 이상(58.1%)이 소형 평형(전용면적 40㎡ 미만)에 살고 있다.
현재 서울 임대주택의 92%가 전용면적 60㎡ 미만이다.
시는 임대주택 평형 기준을 1.5배 이상으로 넓혀 '서울형 주거면적 기준'을 개선해 향후 5년간 공급할 임대주택 신규물량 12만호 중 30%를 3∼4인 가족을 위한 60㎡ 이상 평형으로 채울 계획이다.
또 민간 아파트처럼 아일랜드 주방, 무몰딩 마감, 시스템 에어컨 등 최신 인테리어 트렌드를 반영하고 바닥재와 벽지 등 내장재도 고품질 제품을 쓰기로 했다.
시설물 교체 주기는 창틀과 문은 30년→20년, 싱크대는 15년→10년, 도배·장판은 10년→6년으로 각각 단축한다.
피트니스센터와 펫파크 등 커뮤니티 시설과 단지 입구부터 현관문까지 비접촉으로 통과하는 '스마트 원패스 시스템' 등도 도입한다.
경비 인력도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쉴 수 있도록 근무공간에 냉난방시설과 취사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300세대 이상 대단지에만 적용했던 280㎜ 비내력벽 기둥식 구조를 모든 임대주택에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간 편견과 차별 없는 '소셜믹스'를 실현하기 위해 동·호수 공개추첨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대주택 입주민 일부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주거 이동'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주거 이동'은 다른 임대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결혼, 생업, 질병 치료 등 제한된 목적에서만 허용됐다.
앞으로는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입주자가 원하면 검토 과정을 거쳐 다른 임대주택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임대와 분양 세대 입주자 모두 입주자대표회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법 개정도 건의할 예정이다.
◇ 임대주택 3만호 단계적 재정비…1호는 하계 5단지 서울시는 이러한 혁신방안을 적용해 2026년 기준 준공 30년을 넘기는 영구·공공임대 24개 단지 3만3천83호에 대해 단계적으로 재정비를 추진한다.
입주민들에게는 단지 주변 공공부지에 이주 단지를 조성해 제공할 계획이다.
첫 대상지는 1989년 입주한 영구임대아파트단지인 하계 5단지로 2030년 준공이 목표다.
하계 5단지는 준공 33년이 넘은 국내 1호 영구임대주택으로, 서울시는 이 단지를 혁신방안이 모두 적용되는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1호'로 조성해 선도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하계 5단지에 입주한 581세대는 2027년 단지 남측 중현어린이공원에 조성되는 도심 주거복합단지로 이주한다.
세대수는 640세대에서 1천510세대로 확대하고 지역사회에 부족한 녹지와 생활 SOC(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한다.
시에 따르면 하계 5단지 시설은 30년 전 기준에 머물러 있어 주차공간이 적고 장애인 이동편의시설 등도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준공한 지 15∼30년 된 노후 주택 7만5천호에 대해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 오세훈 "집은 '사는 것' 아닌 '사는 곳'…소득 연동해 임대료 산정"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그동안 임대아파트라고 하면 내놓고 자랑하기에는 열악한 주거 형태로 인식돼 서울시조차도 임대주택이라는 용어를 공공주택으로 바꾸자는 발상을 할 정도"였다며 "네이밍 전략을 쓸 게 아니라 당당히 임대주택을 말하되 자부심을 담을 표현을 앞세우자고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짓는다면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고품질, 고품격의 주거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서울형 임대주택'이라고 당당히 부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임대주택의 고급화 전략으로 임대료와 관리비 상승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임대료 산정은 '소득 연동형'으로 바꾼다"며 "넓은 평수, 고급이라고 임대료가 높은 것이 아닌 (입주자의) 소득에 맞추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옥상 공원, 도서관, 커뮤니티 공간을 동네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면 이용하는 사람에게 비용을 받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입주민은 비용을 절감하고 많은 사람이 시설을 이용하며 정이 흐르는 마을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또 "판로지원법에 따라 임대주택은 중소기업 제품을 써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서울시가 과감하게 채택해 사용하는 브랜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계 5단지 현장을 찾아 노후한 주택 내부를 둘러본 오 시장은 "열악한 주거 환경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집은 '사는 것' 아니라 '사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