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으로 돌아온 조재혁 "첫사랑이자 고향같은 작품"

29일부터 전국 8개 도시 독주회
“쇼팽이 그냥 머릿속에 들어왔다고 할까요. 평소에 늘 마음에 담고 있었죠. 음반 작업을 통해 그의 음악세계를 깊게 파고들어 나만의 개성을 입힌 쇼팽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52·사진)이 ‘쇼팽’으로 돌아왔다. 지난 15일 쇼팽의 발라드 네 곡과 소나타 3번을 담은 음반 ‘쇼팽 발라드’(영국 오키드 클래식)를 낸 데 이어 이달 29일 제주 서귀포를 시작으로 천안, 진주, 여수, 서울, 울산, 전주, 강릉 등 전국 8개 도시를 순회하며 수록곡을 연주하는 독주회를 연다. 18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2019년 독일 하노버에서 녹음한 음반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이제야 내놓고 연주회를 열게 됐다”며 “3년 전 녹음을 들어보니 조금은 낯설고 쑥스러우면서도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익숙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조재혁이 쇼팽 음반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수많은 쇼팽 레퍼토리 중 가장 심오하고 어려운 곡으로 꼽히는 발라드와 소나타 3번을 선택했다. “모두 제 첫사랑이자 영원한 마음의 고향 같은 작품입니다. 발라드 네 곡은 각자 개성이 뚜렷해 한 연주회에서 함께 연주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 곡들을 한꺼번에 엮어서 녹음하고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소나타 3번은 제가 미국 맨해튼 음대에서 박사 과정을 할 때 연구했던 작품으로 평생의 프로젝트가 될 만하죠.”

조재혁은 다재다능한 음악가다. 피아노뿐 아니라 오르간과 하프시코드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발레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해왔다. 음악회 해설과 진행, 방송 출연 등 청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음악을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설명하며 연주하는 ‘라이브 렉처 콘서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오랜 기간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해설 음악회를 의도적으로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며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첫 피아노 솔로 앨범을 낸 후 총 6장의 음반을 냈다. 앨범 발매를 계기로 유럽 등 해외 오케스트라 협연과 독주회 기회도 많아졌다. 지난달에도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아홀,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아홀 등에서 쇼팽 레퍼토리로 세 차례 독주회를 열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음악계에서 ‘커리어 역주행’이란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그는 “한 연주자의 커리어는 계획에 따라 풀리지 않고 인생에서 비슷한 시기에 주어지지도 않음을 깨닫는다”며 “음반 발매도, 유럽 활동도 남들보다 늦은 편이었지만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온 지금의 과정이 감사하다”고 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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