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부동산 정책 발표' 정부 출범 뒤로 미룬다

규제완화 기대로 집값 불안 우려
이번주 발표하려다 '속도조절'
추경호·원희룡 청문회도 촉각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새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재건축 등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로 집값 불안이 재연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18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정책은 새 정부가 종합적·최종적 결론을 발표할 것”이라며 “발표 시점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가 논의해온 부동산 정책은 내부적으로 많이 정리됐다”고 덧붙였다.인수위의 부동산 종합대책은 당초 이번주 발표될 예정이었다. 인수위의 입장 변화로 부동산 대책 발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다음달 10일 이후로 20일 이상 미뤄지게 됐다. 이에 대해 원 수석부대변인은 “시장에 혼선을 주지 않는 게 최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출범 이후 서울 시내 집값 불안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4% 오르며 직전 변동률(0.02%) 대비 두 배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재건축 확대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고양시 아파트값도 지난주 상승 전환했다.

인수위는 앞으로 예정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집값 불안에 미칠 영향도 주시하고 있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청문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두 후보자의 소신과 정견을 발표하면 시장에 중복·수정된 메시지가 전달돼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장관 청문회는 (후보자가) 부동산과 관련해 자기 생각이나 소신을 밝히는 자리이고,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따로 발표할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분위기는 부동산 정책 변경을 강조한 지난주까지와 달라진 것이다. 추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과도한 보유세·양도세를 정상화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집값 불안에 발표 시점을 미루면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 폭이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면 정부와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차기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새 대책의 발표 시점은 물론 규제 및 세제 완화 폭까지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