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력적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차등화…불변의 정답이다

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노동 현안은 ‘근로시간 유연화’(27.9%)라는 경영계 설문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500대 기업(매출 기준)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보완’(24.0%), ‘균형 잡힌 노사법제 마련’(21.7%)도 꼽았지만, 주 52시간제의 일률 적용이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목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1년 확대’(55.8%)와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20.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장의 근로시간 유연화 요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과도 일치한다. 그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1주에 52시간 넘게 일을 시킬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스타트업을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일할 시간을 결정하는 것이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경영진이 주문량이나 계절적 수요 등을 감안해 근로자와 협의하는 제도다. 일정 기간을 정해 평균 주 52시간 이내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유연화 제도란 점에선 같지만, 근로자의 일할 의사를 보장해주는 선택시간제에 윤 당선인이 더 주목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기간만 늘려도 부작용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실효성보다는 부작용이 더 컸던 문재인 정부의 노동 편향 문제는 그제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데도, 작년 최저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가 321만 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최저임금을 못 줄 형편인 사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일률 적용하는 것은 지키지도 못할 법을 강요하는 것이고, 잠재적 범법자만 늘릴 게 뻔하다. 업종과 지역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화가 그만큼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새 정부가 근로 현장에서 어떤 규제를 걷어내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노동 규제를 풀어야 할지는 자명하다. 윤 당선인이 집권 초부터 고삐를 강하게 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