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님, 검수완박 막아주세요"…n번방 검사도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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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합한 호소문, 문 대통령·박병석 국회의장에 전달할 계획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과 관련해 검찰 구성원들이 호소문을 올리고 있다. 대검찰청은 내부 호소문을 모아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n번방 검사 "형사소송법 217조, 한 번만 읽어달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향한 호소도 이어져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통령, 국회의장께 보낼 호소문 작성을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권 과장은 "검찰구성원들과 양식있는 국민들의 진정 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입법독주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지막 관문인 대통령과 국회의장께 호소문을 작성해 전달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구성원들에게 부담만 주는 헛된 시도일 수도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많은 구성원들이 동참해 주길 희망한다"며 "각 청에서 호소문을 취합한 뒤 20일까지 대검 정책기획과로 보내달라"고 덧붙였다.
권 과장이 첨부한 호소문 양식엔 "70년 긴 세월 시행된 제도를 없애는데 왜 양식 있는 시민사회의 염려를 귀담아듣지 않는지, 왜 헌법이 정한 검찰제도를 파괴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지,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추가로 "이제는 대통령님과 국회의장님을 제외하고는 국회의원 172명 절다대수의 입법독주를 막을 수 없다"며 "너무나 무거운 짐이겠지만 위헌적이고 국민 불편만 가중하는 법안 통과를 막아주시길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권 과장에 대해 검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을 막아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박재억 수원고검 차장검사는 권 과장의 글에 대해 "헌법의 수호자이자 국가의 최고 어른인 대통령께서 검수완박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인 국회에 대해 우려의 말을 전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며 "설령 위 법안이 국민적 합의 없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에 따라 재의 요구를 해주시는 것이 대통령님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충정의 마음으로 상소드린다"고 답글을 남겼다.
이지형 수원지검 형사4부 부장검사도 "검찰 지휘부에서 헌법재판소를 통한 대응 같은 것도 논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일단 악법이 통과되고 나면 그것이 바로잡히기까지는 혼란만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며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역사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분은 결국 대통령님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권방문 부산서부지청 형사1부 부장검사도 "지금이라도 반민주적 폭거는 멈춰져야 한다"며 "검사들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면 국회의장께서는 법학자, 변호사, 판사 등 검사를 제외한 토론회나 공청회를 거쳐 과연 이러한 방식으로 (검수완박 법안이) 의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견을 듣고 새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의 수사를 통해 지난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도 문 대통령을 향해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개정 형사소송법 217조가 어떻게 개정되어 있는지 만이라도 한 번만 읽어달라"고 호소했다. 그가 언급한 조항은 '사법경찰관이 지체없이 압수수색 영장을 법관에게 청구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차 검사는 "규정 자체로 헌법 위반"이라며 "법안이 아무런 검토도 없이 급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헌법은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의미다.
이같은 호소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대상으로도 이어졌다. 권내건 법무부 부대변인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아동학대 및 성폭력 사건을 예로 들어 검수완박 개정안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권 부대변인은 "형사사건에서 특히 아동학대 피해자의 보호에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갖고 적절한 도움이 주어지길 바랬던 분은 현 법무부 장관"이라며 "검사들에게 항상 '작은 사건이라도 중대범죄로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 법률안이 시행돼 검사가 더 이상 사건을 둘러싼 제반 내용을 제대로 수사해 파악할 수 없다면, 장관이 말한 사항들을 검사들이 이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진영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도 박 장관에 대해 "입법 발의안에 이름도 올리셨으니 질문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해준다면 저부터 검수완박에 찬성하겠다"며 31개의 질문을 던졌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