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티베트에 눈독 들이는 중국, 왜? [허세민의 더 나은 지구]


중국이 티베트 자치구의 풍부한 풍력 자원에 주목하고 있다. 평균 해발고도가 3000m를 넘는 티베트는 '세계의 지붕'이라는 별칭답게 바람의 세기가 강하다. 높은 고도만큼 공기가 희박하고 발전 시설을 세우기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꼽힌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기후센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티베트엔 일정량의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많다"며 "이 곳에 600GW(기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에서 풍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국가기후센터는 이번 보고서에서 티베트 외에도 쓰촨·윈난성 등 인접 고원 지대에 420GW 규모의 풍력발전 설비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중국 에너지국은 최근 티베트의 청정에너지 기지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지침도 내놨다. 국가기후센터가 티베트의 지리적 강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다. 중국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풍력발전소를 세울 후보 부지로 티베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야심찬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티베트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풍력 발전기지'로서 티베트의 잠재력은 크지만 현실화되기까지 과제가 상당하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열악한 도로 탓에 풍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장비를 운송하는 게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높은 고도에 위치한 티베트는 공기층이 얇아 발전 효율이 낮을 수 있다는 문제도 거론된다. 풍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마을로 내보내는 전력망을 건설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따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중국 전력위원회에 따르면 티베트의 풍력 발전 비중은 30MW(메가와트)로 전체 전력량의 0.625%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중국 풍력발전 시장의 전망은 낙관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풍력발전 설비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국의 풍력 터빈 가격은 전세계 평균 대비 50% 가량 저렴했다. 2020년 상반기부터 글로벌 시장의 터빈 가격은 상승한 반면 중국에선 내림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중국풍력에너지협회 측은 최근 한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풍력 터빈에서 나오는 전력 비용은 향후 3~5년 안에 다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 풍력자원의 잠재력엔 한도가 없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