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월급이 2000만원이라니...어딜까?

[미국 채용시장은 지금]

이직률에 인재 확보·IT기업과 경쟁 차원
인턴 월급 올리자 지원 경쟁률 높아져
뉴욕시 기업 5월 중순부터 채용공고에 급여 명시
미국 월가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턴의 몸값도 급등하고 있다. 높은 이직에 따른 우수인재를 붙잡기 위한 유인책이다. 실리콘밸리 IT기업과 인재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이유다. 이에따라 금융기업들은 인턴 월급으로 1700만~2000만원을 제시할 정도다. 하지만, 뉴욕시는 다음 달부터 기업 채용 공고에 급여를 명시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면서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월가 인턴 월급이 2000만원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금융권 인력정보 사이트 '월스트리트 오아시스'를 인용해 월가 최상위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인턴에 대한 보수를 작년보다 37.2% 인상했으며, 그 외 대형 은행들도 36.9%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자기자본 투자사인 제인 스트리트는 인턴에게 연봉 20만달러(약 2억4600만원)에 이르는 1만6356달러(약 2011만원)의 월급을 주고 있다. 헤지펀드 시타델도 인턴 월급의 중간값이 1만4천달러(약1721만원)에 이른다. 금융권 인턴은 여름방학 8~10주간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는 통상 인턴 중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직종이 가장 많은 임금을 받으며 기업 소재지와 지원자 학력에 따라서도 인턴 보수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글래스도어가 발표한 '인턴 월급 많이 주는 기업'은 월급 평균 9667달러를 지급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1위를 차지했다.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월 급여 8333달러)는 2위, 금융업체 캐피털 원은 3위에 올랐다. 고객관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업체 세일즈포스가 8167달러로 4위를 기록했다. 온라인쇼핑 플랫폼 아마존과 소셜미디어 서비스메타는 각각 8000달러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근무시간이 주 100시간에 이르기도 하는 월가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이직률이 높아지자 금융권이 인재 확보를 위해 보상을 크게 늘리면서 인턴들의 처우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시하는 실리콘밸리 등 정보기술(IT)기업들과의 인재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도 월가의 인턴 대우가 좋아지는 요인 중 하나다.

글래스도어는 2년 전만 해도 인턴 보수 상위 기업 명단에서 IT기업의 비중이 절반에 못 미쳤지만, 지금은 68%에 이른다면서 그만큼 인재를 둘러싼 금융권과 IT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IT기업의 인기가 주가 하락으로 다소 떨어진 반면 금융권은 보상 확대에 나서 올해에는 월가에 대한 인턴 지원자들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올해 골드만삭스의 인턴 모집에 23만6천명이 지원해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17%나 늘어났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들어 인턴 지원자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오아시스 창립자인 패트릭 커티스는 금융권이 신입 사원에 대한 임금 인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인턴 지원자 급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은 채용공고시 급여 명시
뉴욕에서는 5월15일부터 기업 채용 공고에 급여를 명시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된다. 뉴욕시에서 영업하는 사업주는 채용 공고를 낼 때 해당 일자리의 급여 범위를 명시해야 한다. 남녀 급여 격차를 해소하고 급여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이 법은 직원이 4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임시직을 채용하는 인력파견업체를 제외하곤 뉴욕시의 거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뉴욕시 소재 사업체들은 이 법령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로펌에 자문하면서 각 직급에 따른 급여 범위를 설정하고 기존 직원들에게 이런 급여 수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를 부서장들에게 지도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WSJ는 소프트웨어 회사인 워크아토는 채용 공고를 보고 왜 자신의 급여가 해당 급여 범위의 최상단이 아닌지 궁금해하는 기존 직원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게 관리자들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법 시행을 앞두고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미 이번 법의 시행을 11월로 연기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시의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노동 수급이 빠듯한 시기 이 법은 잘못된 해결책이며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법을 도입하려는 주가 확산되고 있다. 콜로라도주와 워싱턴주 등 다른 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을 시행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법 준수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