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원자재 무관세 적용해달라"…위기의 산업계 한목소리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지난 18일 개최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산업계가 정부에 원유·나프타에 대한 일시적 무관세 적용을 요구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조치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국내 16개 업종별 협회 관계자들은 범정부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석유협회와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본관세가 3%인 원유및 벙커C(B-C)유에 대해 무관세 적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은 이미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도 0.1~0.2%의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나프타 가격은 연초 대비 30% 상승했다. 올해 나프타 할당 관세액은 작년 대비 70% 증가한 3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자재 수요가 높은 조선, 자동차 등 업종들도 원자재가 상승으로 울상이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올해 4월 후판 가격이 t당 14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에 쓰이는 마그네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지만 중국이 세계 공급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공급선 다변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 수입물량의 30~5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는데 올해 1~2월 네온 수입가격은 156% 상승했다. 구자열 무역협회장은 “지금도 우리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원’을 다투는 원가절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