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살까 싶었는데" 대박…2년 만에 매출 11배 '껑충' [이미경의 인사이트]

김신희 마켓컬리 농산담당 상품기획자(MD) 인터뷰
꽃 배달 서비스, 2020년 2월 첫선…2년 새 매출 11배↑

소비자 수요 예측해 농가에 미리 발주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입고되면 판매 시작
"화훼공판장 유통보다 평균 2일 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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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핑크 디스버드.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캡처]
2020년 2월, 식료품을 주로 판매하던 마켓컬리가 꽃배송을 시작했다. 평소 쌓아왔던 '풀콜드체인(보관 및 차량 배송을 포함한 냉장·냉동 유통)' 노하우를 토대로 배달 상품군을 절화(잘라 다듬은 꽃)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평소 꽃집에서나 사던 꽃을 누가 온라인에서 살까 싶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서비스를 선보인 지 약 2년이 지난 현재, 마켓컬리에서 판매 중인 꽃 상품은 60여 종으로 2년 새 7배 이상 늘었다. 매출 역시 11배 불어났다. 장미, 튤립, 백합 등 대중적인 꽃은 물론이고 왁스플라워, 라넌큘러스, 디스버드 등 개성 있는 꽃도 두루 판매하고 있다.

마켓컬리 측은 서비스 성공 요인에 대해 무엇보다 '유통 시간 단축'을 꼽았다. 꽃을 수확한 직후 물올림을 진행하고, 플로럴폼(물을 머금은 특수 재질의 스티로폼)에 꽂은 뒤 냉장 탑차에 실어 배송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컬리 본사에서 마켓컬리 꽃 배달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김신희 상품기획자(MD)를 만나 관련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김신희 마켓컬리 농산담당 상품기획자(MD). [사진=이미경 기자]
▷마켓컬리는 주로 식품을 판매해왔는데, 꽃을 판매한다니 새로웠습니다. 서비스 기획 배경이 궁금합니다.

"꽃은 농가에서 재배되는 화훼 농산물로 분류됩니다. 마켓컬리는 농산물을 유통해 온 경험을 살려 유통 마진을 줄이고 수확 후 풀콜드체인으로 다음날 아침 신선한 꽃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꽃을 상시 판매하면 농가도 결혼·졸업·입학시즌 등 대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매출 불확실성을 줄이면 계획 생산을 통해 시장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생화인 만큼 배송과정이 무척 중요할 것 같습니다. 유통 경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농가에서 꽃을 수확한 후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곧바로 줄기를 수조에 넣어 줄기와 잎, 꽃봉오리로 물을 올려주는 물올림을 진행합니다. 물올림을 마친 꽃을 소분해 곧바로 플로럴폼에 꽂아 냉장 물류창고로 옮깁니다. 입고된 꽃은 다음날 새벽 소비자의 집 앞으로 배송됩니다. 결과적으로 화훼공판장을 통해 유통하는 것보다 평균 2일 정도의 유통 시간을 단축하게 됩니다."

▷그럼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꽃이 입고된 다음 소비자 주문을 받는 건가요.

"극도의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제품들은 선(先) 발주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켓컬리가 소비자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농가에 주문을 한 뒤, 꽃이 물류센터에 입고되면 그 이후에 소비자한테 주문을 받는 겁니다. ▷꽃 배송 서비스를 실시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성과는 어땠나요.

"마켓컬리가 꽃 배송을 시작한 건 2020년 2월입니다. 당시 8개 품목으로 시작했는데요. 2년이 지난 현재 판매 중인 꽃 상품은 60여 품목으로 2년 새 7배 이상 늘었습니다. 장미, 튤립, 백합 등 대중적인 꽃은 물론 왁스플라워, 라넌큘러스, 디스버드 등 개성있는 꽃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2~3종류의 꽃을 조합해 판매하는 '포켓플라워' 상품도 작년 10월부터 판매하고 있습니다. 상품이 다양해지다 보니 꽃 배송 서비스 매출도 2020년 2월 대비 11배 늘었습니다."
김신희 마켓컬리 농산담당 상품기획자(MD)가 꽃 포장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모양 유지가 중요한 상품인 만큼 포장에도 공을 들이셨을 것 같습니다.

"꽃은 연약하다 보니 배송 과정에서 상처가 나거나 손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송하려면 결국 박스에 넣어야 하는데, 밀폐되고 습한 환경에서는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분의 수분을 빨아들이기 위한 습자지를 넣었습니다. 또 박스 안에 담긴 꽃을 고정하기 위해 크라프트지를 넣어 완충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배송 시 꽃의 머리가 아래로 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이쪽이 얼굴입니다'라는 문구도 박스에 적었습니다."

▷마켓컬리에서 꽃을 구매한 소비자가 꽃을 오래 즐기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꽃은 덜 핀 꽃입니다. 화원에서 보던 활짝 핀 꽃과는 다릅니다. 꽃망울을 터뜨리기 전 상태의 꽃을 받아 만개하는 과정을 즐기는 상품입니다. 꽃이 다 핀 이후에도 최대한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꽃을 받은 직후 줄기 끝 부분을 잘라 물을 담은 화병에 꽂아 물올림을 진행해야 합니다. 꽃은 직사광선을 피해 밝은 곳에 두는 것이 좋고 물 수위가 높으면 줄기가 무를 수 있으니 깊지 않은 물에 담그는 것이 좋습니다. 꽃줄기가 물러졌다면 가위로 자르며 계속 관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꽃 판매 서비스와 관련해 앞으로 도전·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실까요."판매하기에 예쁜 꽃은 많지만 안전하고 신선하게 유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일례로 스토크는 꽃이 너무 약해서 포장지에 싸면 모양이 변형돼 배송이 어렵습니다. 한때 스토크를 판매했지만 배송시 꽃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현재는 판매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포장 방식 등을 개선해 스토크를 재판매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