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솔로몬제도 안보협정 체결…군사기지화 놓고 미중갈등(종합)

美, 군함·인원 파견 통한 기지화 우려…中 "주권국 간 정상적 협력"
중국의 군사기지화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는 중국과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 사이의 안보 협정이 정식 체결됐다고 중국 정부가 19일 밝혔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신경전이 고조될 전망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제레미아 마넬레 솔로몬제도 외교장관이 양국 정부를 대표해 최근 안보 협정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협정의 본질은 두 독립된 주권국가 간의 정상적 협력이자, 양국 전면적 협력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솔로몬제도 간 협력의 원칙은 호혜평등"이라며 "솔로몬제도 측의 희망과 실제 수요를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또 "양측은 사회질서 유지, 인민의 재산과 안전 보호, 인도적 지원, 자연재해 대응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 솔로몬제도가 자국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북동쪽에서 약 2천km 떨어진 곳에 있는 2만8천400㎦ 면적의 섬나라로 인구는 70만명 안팎이다. 협정 전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AFP 통신 등 외신은 협정 초안에 중국의 필요에 따라 중국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 중국이 질서 유지를 위해 무장경찰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할 수 있는 내용과 현지 중국인과 중국 측이 관여하는 주요 프로젝트 보호를 위한 중국의 병력 파견이 가능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미국은 중국군이 솔로몬제도에 배치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부차관보, 국방부와 국제개발처 관계자 등이 포함된 대표단을 솔로몬제도에 보내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제드 세셀자 호주 국제개발·태평양 장관은 지난 12∼13일 솔로몬 제도를 찾아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에게 지역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며 중국과의 안보 협정에 서명하지 말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중국에 해군기지 건립을 허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나 미국과 호주 등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앞서 미국은 솔로몬제도에 29년 만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한다는 계획을 지난 2월 발표했다.

이번 협정 추진의 배경에는 솔로몬제도 현 집권 세력과 중국의 '밀월'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솔로몬제도는 소가바레 총리가 집권한 2019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이후 소가바레 정부의 친중 행보에 대한 국민들, 특히 솔로몬제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말라이타섬 주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면서 작년 말 친대만 세력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중국은 경찰용 방탄복 등을 지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