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코인' 도둑 상장?…"코빗에 돌 던질 수 없어"

컴투스 "협의 없는 상장"…코빗 "위믹스는 불만 없었다"

주요 거래소 "코빗 입장 이해…향후 규제시 '절충안'도 필요"법조계·협회 "도둑 상장? 코빗 비난할 수 없어"
코빗이 국내 코인 발행사와 협의 없이 상장한 형태를 일컫는 이른바 '도둑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곧바로 이에 대한 비난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코빗은 이미 시장에 유통된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투자자가 사고팔 수 있도록 채널을 만들어주는 거래소의 '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컴투스 "협의 없는 상장"…코빗 "위믹스는 불만 없었다"앞서 코빗은 지난 13일 씨투엑스(CTX)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장했다. CTX는 국내 게임 제작사인 컴투스가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이자 자체 발행한 동명의 가상자산으로, '컴투스 코인'으로 불린다. 컴투스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컴투스 게임 머니로 교환하거나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사고파는 데 사용된다.
사진=코빗 홈페이지 캡처
컴투스 측은 갑작스러운 국내 첫 상장 소식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회사가 본래 설정했던 '상장 로드맵'에는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컴투스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와 후오비 글로벌, 게이트아이오 등을 통해서만 CTX 거래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는 해외에서 계획한 유통 채널 확보를 끝내고 난 후 국내 시장에 유통을 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컴투스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코인 유통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환금성 문제로 얽힌 게임들은 등급 분류를 거부하고 있어 아직 게임 출시 조차 못한 컴투스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국내 시장 진출이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CTX 플랫폼 운영을 맡은 컴투스 홀딩스의 관계자는 "코빗 상장 건에 대해서는 협의가 이뤄진 바 없는 사안"이라며 "국내 거래소가 글로벌에서 인기 있는 코인을 상장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다양한 글로벌 대형 거래소들과 상장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빗은 이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CTX의 상장은 커뮤니티 등에서 투자자의 수요를 확인 후 상장팀의 모니터링을 거쳐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장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문제없는 상장'이라는 것이다.

코빗 관계자는 "현재 코빗은 프로젝트와 사전 협의 없이 상장을 진행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해당 정책은 상장 수수료 등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불미스러운 논의를 방지하고 시장 왜곡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 토큰 역시 상장 전 사전 협의는 없었다"며 "이에 대해 위메이드 측으로부터 이의 제기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WEMIX는 현재 코빗을 포함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에서 모두 거래되고 있다.

◇주요 거래소 "코빗 입장 이해…향후 규제시 '절충안'도 필요"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코빗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향후 규제 상황에 맞춰 '절충안'을 내놓을 필요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대형 거래소 A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장 결정은 각 거래소에서 각자 기준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며 "코빗이 결정한 상장 정책이자 선택 사항을 두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시장에 풀려있는 코인을 투자자가 서로 사고팔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하는 게 거래소의 역할"이라며 "당근마켓에서 사용자들이 거래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과 같은 개념인데 그걸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코빗이 주장한 이념에는 동의하지만 향후 변화할 규제 환경을 고려하면 사전 협의가 필요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형 거래소 B 관계자는 "코빗이 주장하는 대로 탈중앙화에 가치를 두고 있는 코인이 꼭 누구 허락을 받아야만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국내 가상자산 업계가 규제 산업으로 올라오고 제도권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약해질 이념이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 통념상 어떻게 보면 '상도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전 협의를 거쳤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들기는 한다"라고 부연했다.

대형 거래소 C 관계자 역시 "거래소가 제도권 하에 들어오면서 코인 상장에 대한 거래소의 책임이 강해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이런 부분에 있어 상장 과정과 심사 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는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코빗은 외부 평가와 관계 없이 기존의 상장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다. 코빗 관계자는 "자체 심사 과정을 통해 상장할 코인을 선정하는 현재 정책이 부정적으로 평가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현재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상장 절차는 투명하게 공개하기 어렵다"며 "상장 절차가 공개될 시 이를 악용할 악성 프로젝트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협회 "도둑 상장? 코빗 비난할 수 없어"

가상자산 업계를 오래 지켜봐 온 법조계와 협회는 코빗에 돌을 던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 관련 법률 전문가인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는 "국내 거래소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임의로 협의 없이 상장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거래소와 비교해 국내에서 거래하는 게 비교 열위에 있지 않도록 산업 육성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윤성한 한국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 역시 "재단 측과 협의하면 좋겠지만 CTX는 FTX 등에 이미 상장이 된 코인"이라며 "코빗의 사례는 CTX를 새롭게 상장했다기보다 유통 채널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설명이 더 옳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도둑 상장이라고 비난할 성격이 아니다"라며 "유통과정에서 코인에 기술적인 손해를 끼친다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에 투자자들의 편의와 신뢰를 제고하는 자율 규제 차원에서 상장 절차를 정립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지영 블루밍비트 기자 jeeyoung@bloomingbit.io

정효림 블루밍비트 기자 flgd7142@bloomingbit.io





이지영 블루밍비트 기자 jeeyoung@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