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컷오프'에 민주당 자중지란…친문·친명 분쟁 부상하나

서울시장 후보 선출 방식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부 논쟁이 전면화됐다. 전략공천위가 지난 19일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컷오프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추인을 당 비대위에 요청하면서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차출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선 기존 주류였던 친문계와 대선을 거치며 급부상한 이재명 상임고문 간의 주도권 싸움이 경선 논쟁으로 표출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20일 오전 비대위 회의 이후 기자들을 만나 “공천배제(컷오프)의 최종 결정 권한은 비대위에 있다”며 “당의 필승 카드를 만들기 위한 모든 경우의 수를 동원해 종합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전략공관위가 전날 제출한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의 컷오프 안건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들은 20일 저녁 9시께에 2차 회의를 열고 고민을 이어갈 예정이다. 비대위가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이 당내에선 송 전 대표의 경선 배제를 두고 격론이 펼쳐졌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배제는 당원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경선은 역동성이 있어야 흥행하고, 본선 경쟁력이 누가 높을지는 당원과 시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해왔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전 당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경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패배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컷오프 결정의 당사자인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박 비대위원장이 그간 지적했던 명분없는 출마가 가져올 부작용과 전국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종합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송영길 컷오프’ 논쟁을 사실상 친문계와 이재명계의 대리전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친문·이해찬계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민주당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지낸 핵심 의원이다. 반면 송 전 대표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 출마했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공천 배제는)사실상 이 고문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 고문의 최측근인 ‘7인회’ 소속 정성호·김남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송 전 대표, 박 의원 등을 바로 컷오프하기보다는 박 전 장관 등 ‘대안 후보’를 추가한 경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적이다. 송 전 대표의 컷오프를 향한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고, 전략공천 후보로 꼽혔던 이낙연 전 대표가 스스로 완강한 거부의사를 드러내면서 친문계 입장에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