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상해치사로 본 사건, 살인이었다"…대검, 보완수사 공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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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억 청약 범죄 무혐의 경찰 사건 받아 구속…경찰 수사 인권침해 우려도 제기
검찰 수사심의위·시민위 등 견제장치 제안 #1. 2017년 10월 4일 새벽 경남 거제. 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다짜고짜 수십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가해자를 상해죄로 입건했다가 피해자가 치료 중 사망하자 상해치사로 죄명을 바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가해자를 조사하고 폐쇄회로(CC)TV 등 관련 증거를 수집·분석한 뒤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밝혀내 처벌이 더 무거운 살인죄로 기소했다.
가해자에게는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 #2. 지난해 말 검찰은 청약통장 불법 전매 등을 통해 77억원 가량을 챙긴 범죄조직 총책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여러 차례 재수사 요청에도 경찰이 무혐의 의견을 바꾸지 않자 사건 기록을 송부받아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김지용 검사장)는 2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재수사 사례 20여 건을 소개하며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앞으로 이런 수사 성공 사례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법에 따르면 '묻지마 살인' 사건을 받아든 검사는 피의자를 직접 조사할 수 없고, 현장 CCTV 등 관련 증거 역시 수집할 수 없어 경찰이 송치한 죄명과 사건 기록만으로 혐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청약통장 사건은 경찰이 재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종결된다. ◇ "작년 경찰 송치 사건 30% 검찰이 보완해 실체 규명"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는 사건은 통상 전체 사건의 1% 미만이다. 99%는 경찰이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이다.
이런 송치사건은 일선 검찰청 형사부가 맡는다.
대검은 작년 한 해 경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며 송치한 사건 약 60만건 가운데 30%가량을 보완수사 후 기소했고, 19.2%(11만7천여건)는 보완수사 등을 거쳐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어야 경찰 수사가 미처 규명하지 못한 사건 실체를 드러내고 재판에서 합당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수완박'을 추진 중인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최근 방송에서 '보완수사'의 개념에 대해 "검사가 공소 제기(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피의자, 피해자 또는 참고인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대검은 황 의원 주장을 두고 "수사의 개념을 오인한 것"이라며 "송치 기록 검토만으로는 기소 여부나 경찰의 과잉·부실 수사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활시키면 직접 수사권이 폐지돼도 충분히 수사가 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 단계에서 당사자의 주장이 똑같은 경우가 많지 않다.
계속 진술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검찰 보완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 "'검수완박' 법안, 권한 확대 경찰 견제할 안전장치 없어"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검수완박' 법안이 야기할 수 있는 인권침해 문제를 부각했다.
법안은 경찰의 독자적 구속기간을 현행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검사의 구속기간은 20일에서 10일로 줄였다.
대검은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피의자는 구금 중 인권침해를 받을 염려가 훨씬 높고, 전문시설과 인력이 없어 수용자 처우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최근까지도 경찰의 독자적 구속기간을 폐지·축소하자는 논의가 진행돼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검은 "법안에 의하면 경찰은 행정·치안·사법·정보권을 독점하고, 특히 사법경찰의 경우 검사의 지휘·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며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거대한 경찰 공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의된 법안은 매우 단시간에 만들어져 상호 모순되거나 집행 불가능한 조문을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불완전한 입법"이라고 꼬집었다.
질의응답에서는 검수완박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은 "보완수사를 해 본 결과 혐의 여부가 불투명하거나, 기소유예 등으로 선처할 사유가 있을 때 검찰시민위나 외부 인사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성훈 형사1과장도 "현재 검찰수사심의위 규정을 보면 수사 계속 여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등에 대해서만 심의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수사 개시나 절차에 대한 외부인의 통제가 가능하게끔 논의 중에 있다"며 "수사심의위 결정 내용에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심의위·시민위 등 견제장치 제안 #1. 2017년 10월 4일 새벽 경남 거제. 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다짜고짜 수십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가해자를 상해죄로 입건했다가 피해자가 치료 중 사망하자 상해치사로 죄명을 바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가해자를 조사하고 폐쇄회로(CC)TV 등 관련 증거를 수집·분석한 뒤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밝혀내 처벌이 더 무거운 살인죄로 기소했다.
가해자에게는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 #2. 지난해 말 검찰은 청약통장 불법 전매 등을 통해 77억원 가량을 챙긴 범죄조직 총책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여러 차례 재수사 요청에도 경찰이 무혐의 의견을 바꾸지 않자 사건 기록을 송부받아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김지용 검사장)는 2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재수사 사례 20여 건을 소개하며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앞으로 이런 수사 성공 사례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법에 따르면 '묻지마 살인' 사건을 받아든 검사는 피의자를 직접 조사할 수 없고, 현장 CCTV 등 관련 증거 역시 수집할 수 없어 경찰이 송치한 죄명과 사건 기록만으로 혐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청약통장 사건은 경찰이 재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종결된다. ◇ "작년 경찰 송치 사건 30% 검찰이 보완해 실체 규명"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는 사건은 통상 전체 사건의 1% 미만이다. 99%는 경찰이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이다.
이런 송치사건은 일선 검찰청 형사부가 맡는다.
대검은 작년 한 해 경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며 송치한 사건 약 60만건 가운데 30%가량을 보완수사 후 기소했고, 19.2%(11만7천여건)는 보완수사 등을 거쳐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어야 경찰 수사가 미처 규명하지 못한 사건 실체를 드러내고 재판에서 합당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수완박'을 추진 중인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최근 방송에서 '보완수사'의 개념에 대해 "검사가 공소 제기(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피의자, 피해자 또는 참고인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대검은 황 의원 주장을 두고 "수사의 개념을 오인한 것"이라며 "송치 기록 검토만으로는 기소 여부나 경찰의 과잉·부실 수사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활시키면 직접 수사권이 폐지돼도 충분히 수사가 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 단계에서 당사자의 주장이 똑같은 경우가 많지 않다.
계속 진술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검찰 보완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 "'검수완박' 법안, 권한 확대 경찰 견제할 안전장치 없어"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검수완박' 법안이 야기할 수 있는 인권침해 문제를 부각했다.
법안은 경찰의 독자적 구속기간을 현행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검사의 구속기간은 20일에서 10일로 줄였다.
대검은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피의자는 구금 중 인권침해를 받을 염려가 훨씬 높고, 전문시설과 인력이 없어 수용자 처우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최근까지도 경찰의 독자적 구속기간을 폐지·축소하자는 논의가 진행돼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검은 "법안에 의하면 경찰은 행정·치안·사법·정보권을 독점하고, 특히 사법경찰의 경우 검사의 지휘·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며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거대한 경찰 공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의된 법안은 매우 단시간에 만들어져 상호 모순되거나 집행 불가능한 조문을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불완전한 입법"이라고 꼬집었다.
질의응답에서는 검수완박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은 "보완수사를 해 본 결과 혐의 여부가 불투명하거나, 기소유예 등으로 선처할 사유가 있을 때 검찰시민위나 외부 인사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성훈 형사1과장도 "현재 검찰수사심의위 규정을 보면 수사 계속 여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등에 대해서만 심의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수사 개시나 절차에 대한 외부인의 통제가 가능하게끔 논의 중에 있다"며 "수사심의위 결정 내용에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