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닮아가는 韓

원화약세…환율 1230원대
14년 만에 무역수지도 적자
"일시 쇼크 아닌 긴 침체 우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를 닮아갈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올 들어 1분기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데다 원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위기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 고령화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처방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40원을 넘었다. 1240원 돌파는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 한 달 만이다. 일본 재무성의 구두 개입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반등하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전날보다 80전 내린 1236원10전에 마감하긴 했다. 하지만 다음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한국 경제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1분기 무역수지는 40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첫 적자였다. 수출은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탓에 수입이 대폭 증가한 결과다.

당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인 요인이 한국 경제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가 구조적이고 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역시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 소득 양극화,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을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일본과 같은 만성적인 저성장이 도래할 경우 한국 경제가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은 더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엔화는 국제결제 통화로 통용되지만,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본은 채무 수준으로 보면 디폴트(부도) 국가지만, 국제결제 통화인 엔화 덕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과 상황이 다른 한국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통해 채무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혁신생태계 조성, 재정지출 혁신, 규제 철폐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