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방위 확산 공급망 위기, 개별 기업 대응 수준 넘었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원자재·부품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반도체, 원유에서 시작된 수급 불안이 배터리 철강 석유화학제품 등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중국산 원자재와 소재는 부르는 게 값이다. 자국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수출 물량의 상당분을 내수용으로 돌리면서다. 다른 분야의 공급선을 쥐고 있는 다른 국가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산업이 가장 심각한 국면이다. 반도체는 물론 철강 마그네슘 네온가스 같은 소재까지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 여파로 지난달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줄었지만 앞으로 나아질 기미도 없다. 캐스퍼로 인기를 얻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중국산 에어백 부품 조달 중단으로 18일부터 가동이 멈췄다.배터리 분야도 핵심 소재인 코발트 니켈 리튬의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니켈의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리튬 1위 국가인 칠레는 전략자산 국유화를 전개하면서 시장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가격은 최근 1년간 150%나 뛰어올랐다. 소재 부족은 배터리 생산에 타격을 주고, 다시 전기자동차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배터리 부족 사태가 20년은 더 갈 것”(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 CEO)이란 경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유가 폭등과 함께 석유화학제품 가격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입이 전면 중단되면서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만 해도 올 들어 30% 급등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악의 석유 공급 쇼크를 경고하고 있고 중국은 자국 기업의 석유류 수출을 전면 통제하고 나섰다. 곡물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수입 밀과 옥수수 가격은 모두 10여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제조업과 완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계는 초비상이다. 특히 원자재 부품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흐름이 세계적·구조적·추세적이라는 점에서 위기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개별 기업 단위로 대응하는 것은 이미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다.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과 경제와 외교를 아우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민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검수완박’ 타령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고 차기 윤석열 정부는 조각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도입했다는 조기경보시스템(EWS)도 온데간데없다. 경제가 안보라고 하면서도 경제도, 안보도 방치되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