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감소' 넷플릭스, 한국 상황은…"독점 흔들리는 시그널"

디즈니·애플에 토종 OTT까지 추격…당분간은 넷플릭스 강세 지속 전망
"K-콘텐츠에 강한 토종 OTT에는 기회…글로벌 경쟁 위해선 자금력 절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개척자 넷플릭스가 11년 만에 구독자가 감소하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기회로 삼아 급성장을 해온 넷플릭스가 디즈니+, 애플TV+ 등 후발주자에 시장을 일정 부분 넘겨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현재 OTT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넷플릭스의 강세가 당분간은 지속되겠지만,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던 구조는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넷플릭스는 19일(미국 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유료 회원이 작년 4분기보다 20만명 감소했고, 2분기에는 200만명 급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유료 회원은 2억2천160만명(가구)으로 강력한 후발주자인 디즈니+ 1억2천만여명(2월)보다 여전히 1억만명 가까이 많다.

넷플릭스는 국가별 유료 회원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한 한국에서도 회원의 감소 추세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한국 유료 회원은 지난해 말 기준 500만명이다.
한국 OTT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 플랫폼과 티빙, 웨이브, 왓챠, 시즌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은 넷플릭스의 독주체제였는데, 디즈니+를 필두로 후발주자들이 계속 도전을 하는 양상"이라며 "이번 구독자 감소는 독점 구조가 깨져간다는 시그널이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넷플릭스의 강세가 쉽게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규 콘텐츠 공급량에서 넷플릭스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디즈니+와 애플TV+가 한국에 론칭할 당시에도 넷플릭스의 독점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후발주자의 영향력은 예상보다 미미했다.

디즈니+는 디즈니가 가진 방대한 콘텐츠를 서비스했지만, 새로 공개되는 콘텐츠에 대한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만을 제공하는 애플TV+ 또한 론칭 당시 70여개였던 작품이 현재 100여개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독보적인 콘텐츠가 지속해서 나오는지가 유입자(신규 회원)를 유치하냐 못 하냐 결정하는 관건"이라며 "넷플릭스는 '지금 우리 학교는' 이후 굵직한 콘텐츠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애플TV+가 '파친코'까지 내놓으면서 주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런 분위기를 넷플릭스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하반기 라인업이 나오면서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주춤하는 것은 K-콘텐츠를 기반으로 약진하는 한국 토종 OTT 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 '내과 박원장', 웨이브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왓챠의 '좋좋소' 등은 넷플릭스의 강렬한 장르극과 달리 일상을 다룬 시리즈로 사랑을 받았다.

또 왓챠는 남성 간 사랑을 뜻하는 BL(Boys Love) 장르의 '시맨틱 에러', 시즌은 청소년 마약 소재를 다룬 '소년비행'으로 화제를 낳았다.

최근에는 전 세계 신규 시리즈물을 소개하는 국제 행사인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술꾼도시여자들', '좋좋소', '괴이'(티빙) 등 3편이 초청을 받는 등 국제적인 관심도 받고 있다.

다만 자본력에 있어서는 해외 플랫폼을 따라잡을 수 없고, 해외 진출 속도도 느리다는 점에서 현재 추세로는 토종 업체들이 OTT 시장 구도 자체를 뒤엎기에는 힘이 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플랫폼이 당연히 경쟁력이 있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게 약점"이라며 "여러 개로 찢어져 있는 국내 플랫폼이 통합하든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이든 규모를 키워야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