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폭등에 휘청이는 건설현장…공사중단 사태까지(종합)

호남-제주 철콘 52곳 오늘 파업…건설사 "대금인상 반영" 하루만에 합의
철근·시멘트 이어 레미콘도 "15% 이상 올려달라"…가격 줄인상 예고
공사비·분양가 상승 불가피…건설사 "우리도 힘들다, 정부 대책 절실"

최근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건축물 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지난 2월에 이어 또다시 자재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행동까지 하고 나섰다.

또 철근·시멘트 등에 이어 레미콘도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는 등 건설자재 가격이 전방위로 오르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자재사들과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봄철 건설현장 성수기에 현장이 멈춰서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52개사, 오늘 하루 150개 현장 공사 중단
호남·제주지역 골조 공사 전문업체 52개 사는 20일 해당 지역내 150개 건설현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셧다운)하고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철근·콘크리트 단가 조정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국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달 2일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30여곳의 건설현장에서 파업을 한 데 이어 이날 두 번째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수도권 등 다수 지역은 원청사인 건설사와 단가 인상 협의가 진행돼 파업을 접었지만 호남·제주지역 업체들은 협의가 불발돼 이날 단독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이들은 "철물과 각재, 합판 등 건설 핵심 자재가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폭등한데다 인건비도 시공 분야에 따라 10∼30% 올라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건설사에 계약 단가 인상을 요구했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철근·콘크리트 업체와 6개 건설사(원청사)를 불러 단가 인상 요구와 공사 중단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섰다.

이날 참석한 건설사들은 철콘업체들의 무기한 파업 강행 의지에 "현장별 하도급사의 대금 증액 요구 시 적극 검토해 반영하겠다"며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이날 합의로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파업 하루만인 21일부터 다시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 시멘트 이어 레미콘도 15% 이상 인상 요구…가격 인상 도미노
문제는 철근·콘크리트뿐 아니라 건설현장의 자재비 인상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시멘트업계가 시멘트 가격을 2월 계약분부터 t(톤)당 9만800∼9만2천원대로 약 15∼17%가량 올린 상태다.

시멘트 업계는 생산 연료로 사용되는 유연탄 가격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지난해 12월 초 150달러에서 최근 300∼350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격을 인상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곧바로 레미콘 가격 인상으로 번졌다.

레미콘업계는 지난달 말 상위 200위내 건설사에 공문을 발송해 이달 1일자로 15∼20%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레미콘사들은 "이미 시멘트 가격이 올랐고, 레미콘 생산에 필요한 골재 가격도 급등했다"며 "업계 생존을 위해 레미콘 단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레미콘 업계는 최소 이달 말까지 건설업계가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납품 중단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또다시 건설현장의 파업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건설사들이 철강사로부터 직접 납품받는 철근 가격도 작년 4월 t당 84만원에서 올해 4월 114만원으로 1년 새 35.7%나 급등했다.

단열재와 석고보드 등 내장재도 전년 대비 10% 이상 가격이 뛰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5월에는 시멘트·레미콘·골재 등 건자재 운송료 인상도 앞두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은 이해하지만 자재비 인상 폭만큼 즉각적인 공사비 인상이 어려운 건설사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신규 수주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 공사비·분양가 상승 불가피…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촉구
이 때문에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말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자재 불안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건설협회는 공문에서 "최근 건설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수급 불안의 여파가 건설업계로 확산하고 있다"며 "건설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건설사가 신규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현재 공공공사와 민간공사 모두 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원자재 수급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담금·부가세 등을 한시적으로 감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원자재 가격 인상은 결국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국토부는 지난 2월 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해 분양가상한제 대상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2.64% 인상했지만, 하반기 또다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최근 공공공사 발주처와 민간사업 시행사에 자재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나마 공공공사는 관련 규정에 따라 자재비 인상분을 공사비로 올려받을 수 있지만 민간공사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 시행사와의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도 추후 공사비 증액 여부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분양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비가 계속 뛰면 건설현장이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