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뒷마당'에서 '미중갈등 최전선'으로…솔로몬제도는?

인구 70만 남태평양 최빈국…지정학적 중요성에 강대국 각축장
중국의 군사기지화 여부를 놓고 논쟁이 되고 있는 중국과의 안보 협정을 체결해 서방의 반발을 사고 있는 솔로몬제도는 그동안 '미국의 뒷마당'으로 인식된 남태평양의 섬나라다. 호주 북동쪽, 파푸아뉴기니 동쪽에 있는 솔로몬제도의 인구는 70만명 안팎이며, 면적은 남한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2만8천400㎦ 규모이다.

아름다운 산호초와 열대어 등을 볼 수 있어 스쿠버다이빙의 천국으로 불리지만, 경제적으로는 남태평양 최빈국에 속한다.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7억1천만달러, 1인당 국내총생산은 2천500달러(약 310만원) 수준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나라지만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강대국들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태평양 전선의 중심이었던 솔로몬제도는 1942년 일본의 침략을 받았고, 일본과 연합군이 맞붙은 전장이 됐다.

2차 대전 말미에 민족주의 감정이 고조돼 반유럽운동이 일기도 했으나 영국이 무력으로 제압했고, 1978년 7월 영연방 일원으로 독립했다.
최근에는 솔로몬제도를 두고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서방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중국과 대만의 외교전까지 맞물려 국제정치의 각축장이 됐다.

솔로몬제도는 과거 영국과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남태평양의 맹주'를 자처하는 호주도 대규모 지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서방의 뒷마당'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중국이 경제원조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세워 공을 들이며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2019년 4월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가 집권하면서 중국과의 '밀월' 관계가 본격화했다.

솔로몬제도는 2019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호주 ABC 방송은 중국과의 수교는 약 5억달러(6천2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중국이 약속한 대가라고 보도했다.

소가바레 정부의 친중 행보에 대한 국민들과 야권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작년 말에는 친대만 세력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올해 2월 솔로몬제도에 29년 만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과 솔로몬제도의 안보 협정 체결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신경전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소가바레 총리는 20일 의회 연설에서 중국과의 안보 협정 체결을 중국의 군사기지화 가능성과 연관 짓고 있는 서방의 우려와 관련해 "유감스러운 인식"이라고 지적하면서 태평양 섬들을 '서방의 뒷마당'으로 여기지 말라고 비판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중국에 해군기지 건립을 허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나 미국과 호주 등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한 것은 미국, 영국, 호주가 중국을 겨냥해 만든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며 "이번 협정으로 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