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악재 겹친 넷플릭스…하루 새 시총 49조 증발

유료 가입자 11년 만에 감소…성장 벽에 부딪힌 'OTT 거인'

(1) 안방 대신 외출한다
방역 완화에 경쟁 더 가열
광고 낀 저가 상품 내놓기로

(2) 무단 가입 계정만 1억 가구
중남미 3개국 추가 요금 부과
他지역으로 단속 확대 나설 듯

(3) 러시아 사업 철수도 영향
러 보이콧으로 70만 가입자 잃어
시간외 거래서 25% 이상 폭락
코로나19 사태 초기 ‘넷플릭스 앤드 칠(Netflix and Chill)’이라는 표현이 유행처럼 번졌다. ‘넷플릭스를 보며 쉰다’는 의미다. 넷플릭스 시청은 세계인의 재택 문화로 자리잡았다. 주가는 최근 2년간 86%가량 치솟았다.

하지만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앞두고 넷플릭스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1분기 유료 가입자 수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19일(현지시간) 시간외거래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25% 이상 폭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할리우드를 뒤흔들며 빠르게 성장해온 넷플릭스가 벽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성장 정체 빠진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후 1분기 기준 전 세계 가입자 수가 2억2164만 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2억2184만 명) 대비 20만 명 줄어든 규모다. 넷플릭스의 순가입자 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11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당초 가입자 수가 250만 명 순증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넷플릭스는 2분기 가입자 순감 규모가 200만 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암울한 전망에 넷플릭스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25.73% 급락하며 258.90달러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400억달러(약 49조4600억원)가 날아갔다.1분기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감소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넷플릭스 가입자는 직전 분기에 비해 64만 명 줄었고,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선 30만 명 감소했다. 유일하게 아시아에서만 가입자가 109만 명 증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내 서비스 중단으로 줄어든 가입자 규모는 70만 명이었다.

넷플릭스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리오프닝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각국이 방역 규제를 대부분 해제하면서 집 안에 머물던 소비자들은 넷플릭스 시청 대신 외출을 택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훌루 등 OTT업체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높은 보급률과 경쟁 심화에 따라 수익 증가세에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넷플릭스의 1분기 매출은 78억7000만달러(약 9조7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79억3000만달러)엔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5억9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계정 공유 막고 광고 도입

구독료를 내지 않고 계정을 공유하는 관행도 넷플릭스 성장 정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중남미 3개국(칠레·페루·코스타리카)에서 다른 가정과 계정을 공유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다. 넷플릭스는 이날 “무단 가입 계정이 1억 가구에 달한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광고를 삽입한 저가형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복잡한 광고가 삽입되는 것에 반대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중시한다”며 “1~2년 내 광고 버전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광고 없는 안식처’를 강조해온 넷플릭스의 중대한 변화”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유명 가치 투자가 빌 나이그렌은 넷플릭스를 장기 투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의 실적은) 실망스럽다”면서도 “5년 후 넷플릭스는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날 넷플릭스의 주가 하락은 OTT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로쿠와 월트디즈니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각각 6.15%, 4.28% 하락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