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硏 "5년 동안 63% 오른 공시가격…국민 부담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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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硏, 11주년 학술 세미나 개최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과도하게 오르고 있어 국민들의 납세 능력을 고려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5년 만에 서울 공시가격은 97.37% 급등"
"세금에 전년도 공시가격 적용은 무리수…
국민 납세 능력 고려해 현실화율 조정해야"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출연·운영하는 공동연구기관인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20일 개원 11주년을 기념해 '새 정부 부동산세제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재정연구실장은 "납세자의 납세 능력이 부동산 시세와 동일하게 오른다고 볼 수 없다"며 "조세의 부과는 납세자의 납세 능력에 상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국민들의 조세 부담이 과도해졌다는 지적이다.그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최근 5년(2018~2022년)간 누적 63.4% 인상됐다. 특히 지역별 편차가 크게 나타났는데, 서울이 97.37%로 가장 많이 올랐다. 세종(90.10%), 대전(72.01%), 경기(70.31%) 등도 높은 누적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속된 인상으로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는 주택도 크게 늘었다. 박 실장은 "2017년 653만8607가구였던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이 2022년에는 595만5308가구로 11.6% 감소했다"며 "이 기간 4억원 이하 주택이 많이 줄어든 반면, 9억원 초과 주택은 9만2192가구에서 75만7813가구로 722.0%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재산세, 종부세, 건보료, 복지제도, 사용료‧부담금 산정 등 67개 제도에 영향을 주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도 늘어난다. 박 실장은 "국민들의 세 부담은 공시가격에 비례한다"며 "국민들의 납세 능력이 공시가격 급등을 따라가지 못하니 정부가 전년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현실화 비율 자체를 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8년 0.6%포인트에 그쳤던 3억원 미만 공동주택가격 현실화율(68.6%)과 30억원 이상 공동주택가격 현실화율(69.2%) 격차는 2020년 11.1%(3억원 미만 68.4%, 30억원 이상 79.5%)까지 벌어졌다.박 실장은 "가격대별로 현실화율에 차등을 두는 것은 납세자의 세 부담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세율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된다"면서 "이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격차는 조세·부담금 등의 형평성을 도모한다는 부동산공시법의 목적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부담 수준을 고려해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유연하게 설정하고, 정책의 초점도 현실화율 제고보다 현실화율 격차 해소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토지 등의 현실화율을 같은 수준으로 맞춰 균형성을 높이고, 동일 부동산 유형에서 가격대별로 존재하는 격차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공시가격을 검증하도록 하는 것도 제도 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토론자로 나선 박준 서울시립대(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는 형평성을 고려한 로드맵에 따라 일률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다주택자 규제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이) 정책적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며 현실화율 상향을 통한 조세 형평성 제고와 유형별·지역별·가격대별 현실화율 격차 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원장도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로 국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는 조심해 접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에 따라 세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준규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주택의 용도, 경과 연수 등 공시가격 산정에 쓰이는 기준을 구체화해 산정기준을 개선하고 근거 데이터를 공개해 공시가격 책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관련기관과 상호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주민의 이의신청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