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정권 나팔수냐"…尹 출연에 시청자 게시판 '폭주'

윤석열, 유재석 만나 "대통령은 고독해"
방송 이후 불붙은 시청자 게시판
"유퀴즈 폐지하라", "티빙 해지"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해 국민 MC 유재석과 만난 가운데, 해당 방송분 녹화 뒤 일부 시청자들이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오전 7시 기준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는 전날 저녁 방송 이후 약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시청자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프로그램 폐지하라", "내가 유퀴즈에 글을 쓸 줄이야", "티빙 해지한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정권 나팔수 노릇" 등 수많은 비난을 쏟아냈다.윤 당선인의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옹호도 이어졌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편집과 질문 수준이 너무 아쉬웠다", "아무리 그래도 당선인인데, 당선인 모시고 이게 뭐냐" 등의 반응이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시청자 게시판 캡처
앞서 윤 당선인은 전날 저녁 방송된 유퀴즈에서 "대통령은 고독한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당선 이후 숙면이 잘 안된다"고 속 얘기를 털어놨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직은) 많은 상의도 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결정할 때는 모든 책임도 져야 한다"며 "국민들의 기대도 한 몸에 받고, 비판과 비난도 한 몸에 받는다. 열심히 하고, 또 거기에 따르는 책임과 평가도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명언으로 알려진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도 인용했다.이날 윤 당선인의 방송분은 지난 13일 사전 녹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참모진의 적극적인 권유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고, 유재석은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분위기를 녹였다. 이에 윤 당선인은 "안 나올 걸 그랬나?"라고 웃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윤 당선인은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민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선거할 때만 해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잠도 잘 잤다. 당선되고 나서부터는 숙면이 잘 안된다"며 "국민들이 편하게 잘 사는 좋은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일이니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로 고민도 하고, 많은 분의 조언도 얻는다. 이제 엄청난 책임을 지게 됐으니까"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어 "밤에 자다 보면 어떨 땐 선거하는 꿈을 꿀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디를 가야 하는데' 하면서 일어나보면 선거가 끝나 있다"며 "선거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었는데, 그때가 또 많이 그리워진다"고도 했다.'먹는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검사 재직 시절 점심 식사 메뉴를 정하는 이른바 '밥 총무'를 담당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부장이 약주를 많이 먹었으면 해장 생태탕이나 소고기국밥을, 약주를 안 먹었으면 비빔밥이나 국숫집을 골랐다"며 "제가 중앙지검장 할 때는 초임 검사에게 부담을 준다고 해서 밥 총무 제도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9수 끝에 합격한 사법고시가 원래 꿈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의 어릴 때 장래 희망은 '목사'였다고. 윤 당선인은 "아버지가 학교에 계셔서인지 크고 나서는 교수가 되고 싶었다"며 "사시 끝나고도 검사는 생각도 안 했고 변호사 개업하려 했는데, 꽤 늦은 나이에 임관해서 이렇게 오랜 세월 검찰에 몸담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