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운명은] ① "누가 행정장관 돼도 다를 바 없다"
입력
수정
20~30대 "관심없다.
우린 선택권 없다. 말하고 싶지 않다"
공안정국 강화 우려…"주택문제 잘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
[※편집자 주: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다음 달 8일로 예정돼 있지만, 단독 입후보한 존 리 전 정무부총리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인구 740만명인 홍콩에서 행정장관은 1천450여명인 선거위원회의 간접선거로 뽑습니다.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경찰 관료 출신 존 리가 행정장관이 되는 것에 대한 홍콩 일반 시민과 정치·사회계 전문가의 반응을 2편의 기사로 정리합니다.
] "우리는 행정장관 선거는커녕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위원회 선거에도 참여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선거에 무슨 관심이 있겠어요? 대통령을 직접 뽑는 한국이 부러울 뿐입니다.
"
20대 홍콩인은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입을 닫았다.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주축이었던 홍콩의 20∼30대 대부분의 반응은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20대 B씨는 "간접선거라 일반 시민은 할 수 있는 게 없어 관심이 없다"고 말했고, C씨는 "누가 돼도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그저 경제 성장의 혜택이 젊은 층에도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30대 D씨는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경찰 출신이 행정장관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말을 아꼈다.
기자가 접촉한 홍콩인들은 행정장관 선거와 존 리 전 부총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일단 주춤했고, 이어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사에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의견을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달라진 모습으로 보인다.
특히 이제 홍콩에서 외국 언론과의 접촉은 더욱 민감한 영역이 됐다.
홍콩의 한 회사 직원 8명에게 동시에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이들 8명은 잠시 의견을 나누더니 "관심없다.
어차피 존 리가 될 거고 우리는 선택권이 없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저항감이 기저에 깔려 좋다, 싫다 말조차 하기 싫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찰 출신 강경파 행정장관의 탄생을 앞두고 홍콩 일각에서는 공안정국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 친중 기업가 류몬홍은 지난 14일 '싱크차이나' 기고에서 "중국 정부가 존 리를 선택했다는 것은 미국, 서방과 화해하겠다는 환상을 버리고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정 중국 부총리가 홍콩 행정장관의 3가지 자격으로 홍콩 통합, 주택 문제 해결, 국제금융허브로서의 지위 유지를 꼽았다"며 "이 3가지를 볼 때 누구도 존 리를 떠올리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그로부터 한 달 뒤 경제·금융·민생 경력이 없는 경찰 관리 존 리가 중국 정부의 선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 정세 속 개혁·개방,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국제금융센터, 여론은 모두 두 번째가 됐다.
홍콩에서 최우선은 국가안보와 체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외로 금융권에서는 큰 우려를 하지는 않는 듯했다.
어차피 홍콩이 예전의 자유는 누릴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신임 행정장관이 주택 문제 등 먹고 사는 문제를 잘 해결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50대 금융인 E씨는 "경찰 출신 및 과거 행적을 고려할 때 존 리는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 주변에서는 경찰국가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리 전 부총리가 행정 경험은 부족한 듯 보이나, 홍콩의 글로벌 경제 중심지로서의 이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보인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50대 금융인 F씨는 "홍콩인들은 기본적으로 실리적인 사람들로 안정적인 직장과 주택이 공급된다면 신임 행정장관이 경찰 출신인 것에 큰 거리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반정부 시위들은 기본적으로 주택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올해가 홍콩 반환 25주년이라 중국에서 이에 맞춰 홍콩에 나름 큰 혜택을 주는 시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임 렁춘잉 장관이나 현 캐리 람 장관 모두 홍콩 4대 그룹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오며 나름 엮인 것들이 많았는데 경찰 출신인 신임 장관은 이런 것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오로지 중앙정부의 지시만을 따를 것이기에 홍콩인들은 주택 보급 측면에서 나름의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F씨는 "다만, 이전 행정 장관들과 비교해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나 고려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많은 홍콩인이 떠났지만, 여전히 홍콩 시민 상당수가 이중국적을 보유한 상황에서 통제 수준이 임계점에 다다를 경우 추가적인 인적자원 유출도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우린 선택권 없다. 말하고 싶지 않다"
공안정국 강화 우려…"주택문제 잘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
[※편집자 주: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다음 달 8일로 예정돼 있지만, 단독 입후보한 존 리 전 정무부총리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인구 740만명인 홍콩에서 행정장관은 1천450여명인 선거위원회의 간접선거로 뽑습니다.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경찰 관료 출신 존 리가 행정장관이 되는 것에 대한 홍콩 일반 시민과 정치·사회계 전문가의 반응을 2편의 기사로 정리합니다.
] "우리는 행정장관 선거는커녕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위원회 선거에도 참여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선거에 무슨 관심이 있겠어요? 대통령을 직접 뽑는 한국이 부러울 뿐입니다.
"
20대 홍콩인은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입을 닫았다.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주축이었던 홍콩의 20∼30대 대부분의 반응은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20대 B씨는 "간접선거라 일반 시민은 할 수 있는 게 없어 관심이 없다"고 말했고, C씨는 "누가 돼도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그저 경제 성장의 혜택이 젊은 층에도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30대 D씨는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경찰 출신이 행정장관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말을 아꼈다.
기자가 접촉한 홍콩인들은 행정장관 선거와 존 리 전 부총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일단 주춤했고, 이어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사에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의견을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달라진 모습으로 보인다.
특히 이제 홍콩에서 외국 언론과의 접촉은 더욱 민감한 영역이 됐다.
홍콩의 한 회사 직원 8명에게 동시에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이들 8명은 잠시 의견을 나누더니 "관심없다.
어차피 존 리가 될 거고 우리는 선택권이 없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저항감이 기저에 깔려 좋다, 싫다 말조차 하기 싫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찰 출신 강경파 행정장관의 탄생을 앞두고 홍콩 일각에서는 공안정국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 친중 기업가 류몬홍은 지난 14일 '싱크차이나' 기고에서 "중국 정부가 존 리를 선택했다는 것은 미국, 서방과 화해하겠다는 환상을 버리고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정 중국 부총리가 홍콩 행정장관의 3가지 자격으로 홍콩 통합, 주택 문제 해결, 국제금융허브로서의 지위 유지를 꼽았다"며 "이 3가지를 볼 때 누구도 존 리를 떠올리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그로부터 한 달 뒤 경제·금융·민생 경력이 없는 경찰 관리 존 리가 중국 정부의 선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 정세 속 개혁·개방,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국제금융센터, 여론은 모두 두 번째가 됐다.
홍콩에서 최우선은 국가안보와 체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외로 금융권에서는 큰 우려를 하지는 않는 듯했다.
어차피 홍콩이 예전의 자유는 누릴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신임 행정장관이 주택 문제 등 먹고 사는 문제를 잘 해결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50대 금융인 E씨는 "경찰 출신 및 과거 행적을 고려할 때 존 리는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 주변에서는 경찰국가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리 전 부총리가 행정 경험은 부족한 듯 보이나, 홍콩의 글로벌 경제 중심지로서의 이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보인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50대 금융인 F씨는 "홍콩인들은 기본적으로 실리적인 사람들로 안정적인 직장과 주택이 공급된다면 신임 행정장관이 경찰 출신인 것에 큰 거리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반정부 시위들은 기본적으로 주택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올해가 홍콩 반환 25주년이라 중국에서 이에 맞춰 홍콩에 나름 큰 혜택을 주는 시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임 렁춘잉 장관이나 현 캐리 람 장관 모두 홍콩 4대 그룹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오며 나름 엮인 것들이 많았는데 경찰 출신인 신임 장관은 이런 것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오로지 중앙정부의 지시만을 따를 것이기에 홍콩인들은 주택 보급 측면에서 나름의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F씨는 "다만, 이전 행정 장관들과 비교해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나 고려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많은 홍콩인이 떠났지만, 여전히 홍콩 시민 상당수가 이중국적을 보유한 상황에서 통제 수준이 임계점에 다다를 경우 추가적인 인적자원 유출도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