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리테일을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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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테일혁명 2030」교보문고
팬데믹 봉쇄 초기에 행인이 사라져 유령도시처럼 변한 뉴욕 24번가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변화는 여러 군데서 일어났지만, 공통점은 ‘비대면’이었다.사람 간의 접촉을 통해 퍼지는 전염병의 특성상 우리는 접촉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가능하면 집에서 머물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외로의 이동을 중단시켰고 명절의 대이동을 사라지게 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했으며,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던 비대면 진료조차 가능하게 만들었다. 성인들 역시 꼭 출근해야 하는 업종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 말 그대로 집에서 일하는 인구가 늘었다.쇼핑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식하는 대신 배달시켰고, 커피숍에 가는 대신 원두와 커피머신을 온라인쇼핑몰로 주문했다. 영화관에 가는 대신 OTT 서비스에 가입했다. 의외로 많은 것들이 온라인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체감한 시기였다.

그 결과 코로나19는 온라인 기업에 놀라운 성과를 안겨주었다. <이코노미스트 Economist>에 따르면, 2020년에 아마존 Amazon이 배송한 상품이 35억의 개에 달했는데, 이는 지구상에 있는 인구 두 사람당 한 명에게 보낸 셈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치달을 당시, 미국에서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돈 1달러당 약 50센트가 아마존으로 가고 있었다.중국에서는 알리바바가 선전했다. 2020년 중국의 연례 쇼핑 행사인 광군제에서 알리바바는 총 740억 달러에 달하는 상품을 판매했다. 이 금액은 독일 전체가 2018년 한 해 동안 온라인에서 쓴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는 가상현실 플랫폼의 실험실

이렇게 온라인 쇼핑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오프라인 쇼핑은 고사해갔다. 코어사이트 리서치 Coresight Research의 분석가들은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약 2만 5000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3~5년 사이 전체 쇼핑몰의 20~50%에 이르는 수가 영업을 중단할 것으로 추정했다.이는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2020년 6월 중순, 영국 또한 31개의 리테일 기업이 파산하면서 1600개가 넘는 상점이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명동을 비롯한 번화가의 많은 상점이 코로나19의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코로나19 때문일까? 오랫동안 리테일 분야에 종사해온 전문가 더그 스티븐스 Doug Stephens에 따르면 팬데믹 초반에 희생된 업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몰락은 안타깝지만, 예상 못 했던 일은 아니었다. 코로나가 그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오래된 방식을 고수하던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리테일 기업들은 문을 닫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경쟁력을 잃는 오프라인 리테일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다.

누가 이 비극적 운명의 주인이 될까? 가장 먼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고객으로 하는 중심가의 리테일 기업들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의 효율성이 확인되었다. 많은 기업이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재택근무를 이어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는 <버지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직원의 약 절반이 영구적으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트게이트 VR의 가상 갤러리

리테일 진화의 길목에 선 오프라인

더그 스티븐스는 원격근무를 노동의 미래라고 단정한다. 국가별로 원격근무로도 가능한 직종을 조사해봤더니 약 30%의 비율로 나타났다(표).
줌 Zoom이라는 화상회의 플랫폼이 코로나19가 덮친 기업들에 원격근무의 유용한 도구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발달한 기술은 점점 더 지구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기업들은 거주지에 상관없이 더 유능한 인재를 얻기 위해 많은 재택근무를 확장해갈 것이다. 일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기술은 팬데믹 시기에 원격수업, 회식, 쇼핑, 전시회, 심지어 나이트클럽까지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로 인해 2021~2022년의 가장 뜨거운 트렌드 중 하나가 ‘메타버스’였다.

메타버스를 지지해주는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들이 가상세계로 이동할 것이다. 특히 쇼핑의 경우 온라인에서 불가능했던 부분, 입어서 치수나 색상을 맞춰보거나, 화장품을 발라보거나, 가구를 집에 놓아보는 등의 시현이 가능해질 것이다.결국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찾아온 게 아닌 기술의 발달에 의한 진화의 한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가 끝났을 때 오프라인 매장이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을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매장들은 리테일 비즈니스의 진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여기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더 늦지 않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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