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딴 공부'…정시 확대에 따로 노는 고3 교실

내신 필요없자 진로선택과목 외면에 수행평가도 거부
일선 교사들 "입시 정책과 미스매치"…고교학점제와도 상충
"수업 중 한 학생이 이어폰을 끼고 다른 과목 '인강'(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어 속상했다. 다른 선생님으로부터는 꽤 많은 학생이 정시 준비로 내신은 필요 없다며 발표 수행평가에 응시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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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교사 커뮤니티 게시판에 정시 비중 확대로 학교 교육과정을 무시, 거부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린 글이다.

교육부의 정시 확대 정책에 이어 차기 정부 교육부장관 후보자도 '정시 확대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일선 고교의 고3 진학지도 현장에서는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현재 고3 과정은 교과 등급이 아닌 성취도로 평가하는 진로 선택과목이 많아졌다.

진로선택 과목의 경우 수업에 충실하더라도 단번에 내신을 끌어올리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겐 진로 선택과목 수업은 시간 낭비로 여겨진다. 내신이 필요 없으니 당연히 수행평가를 거부하는 학생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선 학교들의 인식이다.

부산 해운대구 한 교사는 "이전에는 한 반에 수업 중 다른 공부를 하는 학생이 1~2명에 그쳤지만, 정시 확대로 인해 교육과정 거부 현상은 더 증가할 것"이라며 "입시 정책과 고교 교육과정의 부조화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시 진학 비중이 높은 동래, 해운대 지역 고교 교사들의 고민이 더 깊다.
동래구 A 교사는 "정시생이 많아진다면 정규 교육 과정 대신 수능 문제풀이반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라며 "정시를 확대한다면서 정부가 부작용을 학교에 맡겨놓을 게 아니라 교육과정 개편 등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하구 B 교사는 "정시 확대에도 지역 대학은 수시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내신(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않고 정시 준비만 하겠다는 학생이 늘고 있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도 방과 후 보충수업을 듣지 않고 학원으로 직행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시 확대와 고교학점제 시행이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해운대구 C 교사는 "정시 확대는 다양한 선택 과목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경험하는 고교학점제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두 제도를 어떻게 양립할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혁제 부산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정시 확대에 자사고, 특목고나 일부 고교는 입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의 자퇴·검정고시 응시나 재수·반수생의 수능 재도전도 늘 것인데 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