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네발 없앴던 네패스 “반도체 패키징 효율 10배…3년 내 매출 1조원 달성”
입력
수정
반도체 제조는 얇은 실리콘 위에 회로를 새겨 칩을 제작하는 ‘전공정’과 제작된 칩을 기판과 금속선 등을 이용해 포장(패키징)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네패스는 최근 초고성능 반도체를 0.9㎜ 두께로 패키징 하면서 원형 웨이퍼(지름 300㎜)가 아닌 정사각형 패널(가로세로 길이 600㎜)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는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징(FOPLP)’ 기술을 개발했다. 넷 다이(웨이퍼 혹은 패널 한 장 당 칩의 개수)를 1000개에서 1만개로 열 배 이상 늘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이다. 원형 웨이퍼 가장자리에 낭비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생산성도 크게 끌어 올린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사진)은 “FOPLP 등을 통해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3년 내 매출 1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네패스는 스마트폰, 드론 등에 반도체를 넣을 수 있도록 칩을 경박단소(가볍고 얇고 짧고 작게)하게 패키징 하는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과거의 반도체는 검은색 지네 모양이었다. 그 크기가 칩에 비해 훨씬 컸다. 기판 위에 칩을 올리고 구리선 등을 이용해 지네발과 유사한 모양의 연결부를 만든 뒤 에폭시 수지를 올려 고정했기 때문이다. 구조가 복잡해 발열 문제도 심각했다. 이에 반해 네패스가 패키징한 반도체는 정사각형 칩 크기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 칩 바로 밑에 얇은 금속막을 입힌 뒤 레이저로 회로도를 인쇄하고 미세한 금속돌기를 이용해 전기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드는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 기술을 2000년대에 개발했기 때문이다. 완성된 반도체의 두께는 0.4㎜에 불과했다. 네패스의 기술력을 인정한 해외 반도체 제조사들은 항공편으로 자사의 칩을 보내 패키징을 의뢰할 정도다.
그럼에도 네패스의 최근 3개월간 주가 흐름은 좋지 않다. 지난 1월 3만5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2만9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회장은 “반도체 관련주가 최근 통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에서 아직 네패스의 WLP, FOPLP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1946년생인 이 회장은 1978년 LG반도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LG반도체 생산기술센터장을 끝으로 회사를 나와 1991년 네패스를 창업했다. 그는 반도체산업에 40년 넘게 몸 담은 입장에서 소회도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의 반도체 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지원과 비교해 반도체 설계 및 전·후공정을 담당하는 중견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것 같다”고 했다. 네패스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도 기술 개발을 위해 매년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만큼 짐을 나눠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거대 반도체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원 기자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네패스는 최근 초고성능 반도체를 0.9㎜ 두께로 패키징 하면서 원형 웨이퍼(지름 300㎜)가 아닌 정사각형 패널(가로세로 길이 600㎜)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는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징(FOPLP)’ 기술을 개발했다. 넷 다이(웨이퍼 혹은 패널 한 장 당 칩의 개수)를 1000개에서 1만개로 열 배 이상 늘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이다. 원형 웨이퍼 가장자리에 낭비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생산성도 크게 끌어 올린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사진)은 “FOPLP 등을 통해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3년 내 매출 1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최첨단 패키징 기술, 반도체 두께 0.4㎜
코스닥시장 상장사 네패스는 패키징 영역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회사다. 주로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칩을 받아 패키징해 반도체를 완성한다. 연간 110만4000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매출 구성은 내수 65% 수출 35% 이다. 작년 매출은 4184억원에 영업적자 164억원을 기록했다.네패스는 스마트폰, 드론 등에 반도체를 넣을 수 있도록 칩을 경박단소(가볍고 얇고 짧고 작게)하게 패키징 하는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과거의 반도체는 검은색 지네 모양이었다. 그 크기가 칩에 비해 훨씬 컸다. 기판 위에 칩을 올리고 구리선 등을 이용해 지네발과 유사한 모양의 연결부를 만든 뒤 에폭시 수지를 올려 고정했기 때문이다. 구조가 복잡해 발열 문제도 심각했다. 이에 반해 네패스가 패키징한 반도체는 정사각형 칩 크기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 칩 바로 밑에 얇은 금속막을 입힌 뒤 레이저로 회로도를 인쇄하고 미세한 금속돌기를 이용해 전기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드는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 기술을 2000년대에 개발했기 때문이다. 완성된 반도체의 두께는 0.4㎜에 불과했다. 네패스의 기술력을 인정한 해외 반도체 제조사들은 항공편으로 자사의 칩을 보내 패키징을 의뢰할 정도다.
○올해 매출 6060억원, 2년 사이 두 배 성장
네패스는 최첨단의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 개발 및 설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작년에도 충북 괴산에 도합 4만2962㎡ 공장 부지를 추가로 마련하고 WLP, FOPLP 등 첨단 패키징 설비를 들였다. 작년 영업적자는 이러한 설비투자와 관련 있다.올해 네패스의 실적은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FOPLP 설비가 가동을 시작하면서 전체 생산 능력이 60% 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네패스가 올해 매출 6060억원에 영업이익 5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0년(3436억원) 대비 두 배 가까운 매출액 증가다.그럼에도 네패스의 최근 3개월간 주가 흐름은 좋지 않다. 지난 1월 3만5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2만9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회장은 “반도체 관련주가 최근 통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에서 아직 네패스의 WLP, FOPLP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1946년생인 이 회장은 1978년 LG반도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LG반도체 생산기술센터장을 끝으로 회사를 나와 1991년 네패스를 창업했다. 그는 반도체산업에 40년 넘게 몸 담은 입장에서 소회도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의 반도체 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지원과 비교해 반도체 설계 및 전·후공정을 담당하는 중견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것 같다”고 했다. 네패스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도 기술 개발을 위해 매년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만큼 짐을 나눠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거대 반도체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