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서 2차전지 소재로…동화의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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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혁신 스터디2차전지는 최첨단 기술이 응축된 제품이다. 그중에서도 전해액 분야는 기술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을 운반하는 전해액은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과 함께 2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소재로 꼽힌다. 이처럼 만들긴 어렵지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해액 수요는 가파르게 늘었다. 그런데 바닥 마루를 생산하던 업체가 눈 깜짝할 새 국내 전해액산업을 이끄는 리딩 기업으로 탈바꿈해 주목받고 있다. 목재업체가 어떻게 첨단 소재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일까.
전해액으로 건자재 내수 한계 돌파
年 생산 규모 세계 10위권 '우뚝'
실적 성장 주도…올매출 1조 기대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개발 성공
中·말레이·헝가리에 생산기지 구축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동화기업은 목재 전문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9324억원에 달한 지난해 매출 대부분(7351억원)도 강화 목재와 재생 목재 같은 바닥재에서 나온다. 표면재, 페놀필름 등 정밀화학 부분 매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2차전지 소재인 전해액이다. 지난해 매출 증가액(1875억원·전년 대비 25.2% 증가)의 18.4%(346억원)를 전해액이 차지했다. 올해 전해액 매출이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을 것으로도 기대된다.국내 최대 전해액 생산업체로 입지를 굳혔지만 동화기업이 전해액 시장에 진출한 것은 불과 3년 남짓이다. 국내 최초로 전해액 국산화에 성공한 파낙스이텍을 2019년 인수해 자회사로 삼고, 동화일렉트로라이트로 이름을 바꾸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부동산 규제와 투자 감소 등으로 인해 국내 보드산업 성장세가 정체되자 사업 다각화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국내 최초로 보드 사업을 개척한 덕에 파티클보드 및 중밀도 섬유판(MDF)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했지만 내수 시장의 한계는 뚜렷했다.
목재와 전해액의 접점이 적지 않은 점도 사업 진출에 도움을 줬다. 목재 보드 가공과 보드 부착용 필름 제작에 화학 첨가제가 투입되는데,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만큼 전해액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최근 리튬 2차전지용 전해액의 기능성 고체 첨가제를 개발해 국내와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국내 업체가 중대형 리튬 2차전지용 전해액의 핵심 첨가제 개발과 양산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중국 톈진과 충남 논산,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생산시설을 갖춘 데 이어 이달 초엔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전해액 생산기지를 추가로 구축했다. 전해액 연간 생산 규모는 총 5만3000t으로, 세계 10위권이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생산한 전해액 대부분을 2차전지 생산기업인 삼성SDI에 공급하고 있다. 전해액 매출은 2019년 240억원에서 지난해 87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동화기업 연결기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2%에서 8.9%로 늘었다.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사진)는 “전해액용 원자재 공급과 관련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탄탄히 갖춰 놓은 덕에 최근 원자재 수급난에도 안정적으로 전해액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