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창용의 "민간 주도 성장", 정말 오랜만에 듣는 바른말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취임사에서 ‘민간 주도 경제성장’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 총재는 “디지털 경제 전환, 지정학적 경제 블록화 등으로 한국 경제는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며 “우리 경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경제정책의 프레임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과거와 같이 정부가 산업정책을 짜고 모두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하기 쉬운 비유도 들었다. “과거 잘 달리던 경주마가 지쳐 예전 같지 않은데도 새 말로 갈아타기를 주저하는 누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고, 더 보탤 것도 없는 주장이다. 물가안정을 주 임무로 하면서 주요 경제 현안에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것을 조직 내 미덕으로 삼고 있는 한은 총재가 특별히 경제 대전환을 주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당면한 상황과 중장기적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엄중하고 어렵다고 볼 수 있다.기업들이 이끄는 민간 주도 경제는 공공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창의적이다. 세상은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해간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다. 한순간이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을 놓치면 바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만 해도 그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10년이 넘었지만, 이것을 혁신적 서비스로 바꾼 것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정도다. 테슬라가 오래전에 열어젖힌 전기자동차 시대를 이제 후발 주자들이 숨 가쁘게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를 발 빠르게 따라잡는 일은 절대로 정부가 해줄 수 없다. 오로지 민간의 도전과 열정만이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

민간 주도 경제는 필연적으로 ‘작은 정부’를 요구한다. 이것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지나치게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나라가 복지와 방역을 앞세워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확대, 600조원대 슈퍼예산, 코로나 재정확대 등을 통해 민간의 활력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적 갈등과 격돌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시절이다. 이 총재 같은 사람이 앞으로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