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넷플릭스 제국의 부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의 선두 주자인 넷플릭스도 처음에는 미약했다. 1997년 회사 설립과 함께 비디오 대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온라인 스트리밍 위주로 사업을 확대한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결합한 회사 이름답게 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넷플릭스는 미국 TV 역사에서 ‘제3의 물결’을 상징하는 기업이다. NBC 등 지상파 방송사가 주도한 첫 번째 물결과 CNN 등 케이블 채널이 주도한 두 번째 물결에 이어 OTT 중심의 세 번째 물결을 일으켰다. 케이블 이용자들이 넷플릭스로 돌아서느라 앞다퉈 코드(cord)를 끊는(cutting) ‘코드 커팅 현상’을 주도하기도 했다.2017년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고, 2018년 1월에는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넘었다. 그해 월트디즈니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타이틀을 쥔 적도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재택 특수’로 가입자가 2억 명을 넘었고, 시가총액도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경제활동 재개를 앞두고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1분기 유료 가입자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20만 명 감소했고, 주가는 하룻새 35%나 급락했다. 가장 큰 위기는 ‘재택 해제’와 OTT 시장 포화, 경쟁 격화다. 구독료를 내지 않고 계정을 공유하는 관행을 없애려고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광고를 삽입한 저가형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악재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시장 서비스 중단까지 겹쳤다.

업계는 2분기엔 회원이 200만 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디즈니 등 동종업계 주가도 함께 떨어져 시장 전망은 더 어둡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성장기업이 그 성장엔진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일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게 넷플릭스”라고 분석했다.국내에서는 이를 기회 요인으로 보기도 한다. DS투자증권은 넷플릭스의 침몰이 한국 콘텐츠 제작사에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대 최고 인기 TV 시리즈 중 2개가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국 콘텐츠였기에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아무리 잘나가는 회사라도 하루아침에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줬다. 그야말로 “졸면 죽는다”는 말이 실감 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