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세계선수권 출전 싱가포르 수녀 "태권도도 나의 사명"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공인품새 개인전 65세 초과부 참가
"태권도가 추구하는 가치는 종교와 한가지…태권도와 계속 함께할 것"
'태권도 하는 수녀님'이 자신의 네 번째 세계선수권대회 무대에 오른다. 칠순을 바라보는 싱가포르의 린다 심(68) 수녀 얘기다.

심 수녀는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태권도 종주국을 찾았다.

춘천 코리아오픈 대회에 출전한 2019년 7월 이후 약 3년 만의 방한이다. 이번에 심 수녀가 뛸 공인품새 여자 개인전(65세 초과 부문)은 23일 치러진다.

심 수녀가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2011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대회를 시작으로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 대회, 2018년 대만 타이베이 대회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타이베이 대회에서는 65세 이하부에서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21일 대회장에서 만난 심 수녀는 "태권도 가족이 다시 만나 하나가 되는 소중한 기회이자 나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면서 "태권도의 여정은 끝이 없다.

경쟁하며 계속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고 기회가 될 때마다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를 들려줬다.
어렸을 때 경찰이나 군인이 되고 싶었던 심 수녀가 태권도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열일곱 살 때인 1971년이다. 당시 성당에서 태권도를 가르쳐 주기에 가족 몰래 다니길 시작했다고 한다.

1978년 자국 겨루기 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기도 했던 그는 이듬해인 1979년 수녀가 됐다.

심 수녀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싱가포르태권도협회가 운영한 무료 태권도 교육 프로그램의 지도자로 호스피스 아동병원에서 암 등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심 수녀의 가르침을 받은 어린이들은 건강을 되찾고 자국 태권도 대회에 참가해 입상하기도 했다.

심 수녀는 2011년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태권도캠프에 싱가포르 유망주들을 데리고 참가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5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왔는데 그중 네 명이 암 투병 중이었다"고 또렷이 기억하면서 "지금 그 친구들 모두 완치됐다.

태권도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1년 전 무주 방문 당시 "종교와 태권도의 가치는 맞닿아 있다"라고 강조했던 심 수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

심 수녀는 "태권도가 추구하는 존중, 인류애, 평화, 봉사, 통합 등의 가치는 결국 종교와 한가지"라고 재차 말했다.

심 수녀는 WT에서도 '태권도 포 올'(Taekwondo for all) 위원회 부위원장과 국제협력발전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하나의 세상, 하나의 태권도'(One World One Taekwondo)와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라는 글귀에 담긴 WT의 메시지가 수녀로서 자신의 삶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태권도가 평화와 화합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그는 갖고 있다.

수녀가 된 뒤로도 40년 넘게 태권도 수련을 멈추지 않은 심 수녀는 "태권도도 나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심 수녀는 "어려움에 놓인 선수들도 태권도를 통해 함께 모여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데 감동했고 감사했다"면서 "WT의 활동에 힘을 더 보태고 싶어졌다"라고도 했다.

심 수녀는 "이번 대회에서 만약 금메달을 따면 마지막으로 할까도 생각했는데 WT에서 70세 이상 부문도 만들까 고려 중이라 해서 고민 좀 해야 할 거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태권도는 계속할 것"이라면서 "대회 출전이 아니어도 태권도와 함께하고 태권도를 알리는 일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