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이더 구인 대란에…쿠팡이츠도 결국 두 손 들었다

배민 이어 쿠팡이츠도 대행사에 단건배달 위탁
배민은 본사와 쿠팡이츠는 지역 대행사와 협력
사진=연합뉴스
쿠팡이츠가 배달대행업체인 지역 배달대행사에 배달업무 일부를 시범 위탁하기로 했다. 쿠팡이츠가 외부 배달대행업체에 배달업무를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배달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최근 지역 배달대행업체에 배달업무를 일부 위탁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그간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일반인 배달원을 모아 배달대행업체를 끼지 않고 자체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해왔다. 하지만 배달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쿠팡이츠는 극심한 라이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라이더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배달대행업체에 배달 업무를 일부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건배달 위탁운영은 배달의민족이 먼저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은 이달 초부터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 배민1 서비스를 일부 위탁했다. 배달의민족 역시 그간 단건배달은 자체 라이더를 통해 해왔지만 라이더가 부족해지면서 메쉬코리아에 'SOS'를 요청했다.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과 달리 배달대행사 본사가 아닌 지역 배달대행사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경로를 한 단계라도 줄여 라이더에게 더 많은 배달비를 지급하기 위해서다.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배달대행업체와 손잡으며 단건배달의 개념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단건배달은 여러 집에서 주문한 음식을 함께 수령해 배달하는 묶음배달과 달리 한 라이더가 한 집의 음식만 배달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모두 아직까진 한 명의 라이더가 한 집만 배달하는 기존 단건배달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앞으로 배달대행업체가 맡는 단건배달은 '묶음배달 내 우선배달'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여러 집에서 주문한 음식을 수령하긴 하지만 라이더의 이동 동선 내에서 단건배달 음식을 가장 먼저 배송하는 식이다.

단건배달로 주문한 소비자 입장에선 '단건배달'이나 '묶음배달 내 우선배달'이나 큰 차이는 없다. 묶어서 배달이 이뤄지므로 배달비는 떨어지게 된다. 라이더 한 명이 한 개의 배달만 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단건배달도 묶음배달의 일부로 들어가면 라이더 구인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묶음배달로 전달되는 상품의 도착 시간이 기존보다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달통에 여러 음식이 들어갈 경우 '나만의 음식'이라는 단건 배달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묶음배달 내 우선배달은 단건배달과 개념 자체가 다르므로 배달비 수수료 체계를 다시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