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서울 집값이 오르지"…재건축 곳곳에서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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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7272가구 가운데 61%가 '차질'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의 분양 일정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현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가뜩이나 부족한 공급 물량이 더 줄어들면서 서울 집값이 재차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집값 선행지표 매수심리·땅값 '꿈틀'
전문가들 "올해 서울 집값 오를 것"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이문1·2구역', '잠실진주' 등 올해 예정됐던 민영 아파트 단지들의 분양이 연기되고 있다. 올해 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4만7272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61%에 달하는 2만8844가구가 분양 연기, 사업 변경, 공사 중단으로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둔촌주공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짓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올해 서울 공급 4만7272가구…61%는 '차질'
둔촌주공 재건축은 올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분양 물량이지만,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멈춘 상태다.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은 지난 15일 공사를 중단하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켰다. 총회에서 공사비를 증액한 계약 의결을 취소한 조합은 공사가 10일 이상 중단될 경우 다시 총회를 열어 시공사 교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갈등이 격화되며 연내로 예정됐던 일반분양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택지비가 확정된 만큼 시공사업단과 조합이 극적으로 협의에 도달하면 연말께 분양이 가능하지만, 시공사 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분양이 크게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2678가구) 아파트 재건축도 분양 지연이 확실시된다. 우선,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문화재가 대거 발견됐다. 84개 표본 조사 지점 중 36개소에서 백제한성기와 6세기 신라시대 주거지 유적이 확인됐는데, 정밀 발굴 조사가 이뤄지면서 819가구 일반분양은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에 더해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법적 분쟁도 우려된다.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해지를 위해 24일 정기총회에서 HDC현산·삼성물산 시공단 계약 해지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조합은 HDC현산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기에 건설산업기본법상 도급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 계약 해지에 나설 경우 시공사와 손해배상청구 등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시공사와 법적 분쟁이 비화하면 일반분양 지연을 피할 수 없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 재건축은 올해 5월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조합과 전 시공사였던 대우건설 간 계약 해지 법적 분쟁이 주원인이다. 대우건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건이 기각되면서 시공사 교체를 둘러싼 소송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분양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서울 강북 최대 재개발·재건축 지역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1구역(3069가구)과 이문3구역(4321가구)도 분양 지연이 예상된다. 이문1구역은 설계 변경 등을 거치며 분양가 확정이 늦춰져 일반분양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이문3구역은 오는 30일 총회를 열고 HDC현산 시공권 배제에 나선다는 방침이기에 향후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곳곳에서 분양 일정이 차질을 빚어져 공급 감소가 예상되면서 서울 집값이 오를 조짐도 포착된다. 우선 매수심리가 꿈틀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4를 기록했다. 지난 2월 28일 86.8까지 하락했던 매매수급지수는 3월 첫 주부터 반등을 시작해 7주 연속 상승했다. 이는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집값의 선행지표인 땅값도 상승세를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둔화해 2월 0.29%까지 떨어졌던 전국 땅값 상승률은 지난 3월 0.31%를 기록하며 상승 폭을 확대했다. 특히 서울은 0.36% 올라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서울 각지에서 신고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 155㎡는 지난 15일 59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면적의 직전 거래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의 55억원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갭투자 등이 불가능한 지역임에도 1년 만에 4억원이 뛰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도 이달 64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고 용산구 문배동 '용산KCC웰츠타워' 전용 84㎡ 역시 15억3000만원의 신고가를 달성했다.
전문가들도 서울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부동산학회와 함께 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8%는 올해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92.8%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이 미흡했다고 평가했고, '시장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49.1%)'으로 집값이 뛰었다고 지적했다. 올해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34.6%에 그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