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눈앞이 캄캄"…은행 직원 실수로 3억 보증인 된 사연

새마을금고, 채무보증인 오등록
대출인과 '동명이인' 등록…"클릭 실수"
황당한 피해자 "어찌 이리 허술한가"
금고 측 "명백한 실수, 재발방지 약속"
은행 측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중 일부
새마을금고가 대출 업무 진행 중 채무보증인에 대출인의 동명이인을 등록하는 실수를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약 1년 5개월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채무보증인으로 살아왔던 피해자는 시스템의 허술함에 황당함을 토로했다.

22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은 2020년 11월 10일 대출 업무를 처리하던 중 채무보증인 항목에 대출인의 동명이인인 A 씨의 이름을 실수로 등록했다. 채무보증인에 대출인과 같은 이름을 등록한 것이다.A 씨는 지난 14일 신용정보를 조회하던 중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A 씨는 "이날 오후 6시가 지난 시간이라 확인도 어려웠고, 잘못된 일에 연루돼 있을까 걱정하며 아내와 함께 뜬눈으로 밤을 샜다"며 "3억 원이라는 금액은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제게는 큰돈이었기 때문에 눈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다음 날인 지난 15일 본업을 제쳐두고 해당 금고로 찾아간 A 씨는 금고 측으로부터 '직원의 실수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방문 당시 실수한 직원과 금고 고위 관리자가 입회한 자리에서 작성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직원은 "본인은 2020년 11월 10일 대출 진행 건으로 업무 진행을 했다. 모 대출 건을 처리하던 중 전산에 입력해야 하는 보증인 입력을 성명으로 조회해 마우스 클릭으로 등록했는데, 동명이인 A 씨를 잘못 등록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작성 및 시인했다. 이어 금고 측은 A 씨에게 신용정보에 등록된 채무보증인 기록을 지워준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A 씨의 채무보증정보
A 씨는 "은행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허술하게 벌어질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그는 "아무 연관이 없는 저를 단지 동명이인이라는 변명으로 대출인도 아닌 채무보증인으로 약 2년간 등록시켜놓고서는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듣고 은행을 나오는데, 너무 허무했다"고 했다.

또한 "은행 측에서 유형적인 피해로만 얘기를 하는데, 잠재적 피해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비슷한 피해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차원에서 제보를 결심했다"고 했다.

A 씨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민원을 접수했으며, 현재 해당 민원은 행정안전부로 이첩됐다. 추후 행안부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이첩하거나, 직접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새마을금고중앙회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전적인 직원의 실수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 교육과 업무 역량 강화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직원의 업무 미숙 또는 실수가 맞다. 중앙회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 교육을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건지 해당 금고도 다시 살펴보고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입으신 A 씨에게 죄송하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더 개선하겠다"며 "민원이 접수됐으니, 절차에 따라 충분히 조치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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