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빅5 "물류대란에 탄소중립 청구서…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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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철강사 CEO 한 자리에“글로벌 물류대란과 함께 탄소중립 청구서가 본격 날아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 대폭 줄어
실직적 이행 압박에 부담 커져
글로벌 물류대란·원자재값 급등
올해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 높여
민첩하게 미래 준비해야 생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옛 동부제철) 등 국내 철강 ‘빅5’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일제히 꼽은 변수다. 작년부터 이어진 ‘철강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아직은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탄소중립 압박과 물류대란, 원자재 가격 급등까지 ‘지뢰밭’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는 게 이들 CEO의 공통적인 우려다.
○“곳곳에 경영 리스크 산적”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 국회철강포럼 정기총회’에 정탁 포스코 사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김연극 동국제강 사장,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 박성희 KG스틸 사장 등 국내 주요 철강사 CEO가 총출동했다. 이들은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 핵심 변수로 일제히 탄소중립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꼽았다. 정 사장은 “탄소중립, 공급망 등 여러 가지 지정학적 위기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안 사장도 “올해 최대 현안은 탄소중립에 대한 대비”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전기로를 앞세워 탄소중립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기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고로의 25% 수준이다.철강사는 석유화학·시멘트와 함께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포스코는 국내 민간 기업 중 가장 많은 7567만t의 탄소를 배출했다. 2위가 현대제철(2862만t)이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각 기업에 확정된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철강사에 대한 탄소중립 요구는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지만,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실질적인 탄소감축 이행을 압박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철강사 CEO들은 작년부터 이어진 철강 슈퍼사이클이 올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 부회장은 “원료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재고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 역시 “당장 업황은 괜찮다”고 답했다. 정 사장은 자동차·조선사와의 강판·후판 협상에 대해 “철강업계가 만날 하는 것이니 (잘 되고 있다)”고 답했다.다만 탄소중립과 물류대란 등 각종 리스크로 올 하반기 실적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사장은 “탄소중립과 물류대란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변수가 있다”며 “올 하반기 (실적이) 상당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외부 요인이 맞물려 공급망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 수요 증가율은 미·중 갈등과 환경 규제 등의 영향으로 작년 2.7%에서 올해는 0.4%로 하락할 전망이다.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급등하고 있지만 제품가 상승폭은 사실상 제한돼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t당 125.18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152.06달러로 21%가량 치솟았다. 미국 정부가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한국 등 외국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물량을 제한한 무역확장법 제232조도 변수다.
철강사 CEO들은 기존의 경영 방식으로는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안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탄소중립과 무역장벽으로 촉발된 공급망 체계의 변화는 기존 사업 지형을 바꿔 가고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제의 방식이 오늘에 적용될 수 없으며, 오늘 해법이 내일에도 유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성에서 벗어나 생존을 모색하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안 사장의 주문이다.박 사장도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원자재 시장이 심상치 않으니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