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으려 금리 올렸더니…4대 은행, 이자이익만 9조 챙겼다

석 달간 4조 벌어…1분기 순이익 사상 최대

은행 '이자장사' 서민 '이자폭탄'
순이익 16.7% 늘며 서프라이즈
예대마진차로 나홀로 호황 누려

대출금리 급등에 영끌족 '곡소리'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에 4조639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작년 동기보다 16.9% 증가한 규모다. 이들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익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서울 수송동의 한 빌딩에서 시민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금리 기조 속에 대출 자산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인 14조원대 순이익을 낸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금리 상승세로 올해 1분기 4조원대 순익을 올리며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 증가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기업들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는데 은행들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KB 신한 우리 분기 기준 최대 순익

22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4대 금융지주의 합계 순이익은 4조6399억원에 달했다. 1분기 순이익이 4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작년 1분기(3조9680억원)와 비교해서도 16.9% 증가했다.4대 금융지주 순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KB금융(1조4531억원)과 신한금융(1조4004억원) 우리금융(8842억원) 등 3개 사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은행과 카드사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하나금융도 전년 동기보다 8.0% 늘어난 902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은 올 1분기 이자이익이 2조6480억원으로 작년보다 18.6%(4150억원), 신한금융은 2조4876억원으로 17.4%(3694억원) 늘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이자이익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3%, 18.5% 증가한 2조203억원과 1조9877억원에 달했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만 9조원을 넘었다.

4대 금융지주 실적 호전은 은행이 이끌었다.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9773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41.9% 급증했다. 신한은행도 전년보다 31.5% 증가한 863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우리은행(7615억원)과 하나은행(6671억원) 순이익도 작년 대비 각각 29.2%, 15.9% 늘었다.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작년 8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은행들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증권·카드 등 비은행 부문은 부진

주식시장 약세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여파로 증권사와 카드사 등 비은행 부문 실적은 전년보다 뒷걸음질쳤다. KB증권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114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3% 줄었다. KB국민카드 순이익도 16% 감소한 1189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한 9863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거래 대금이 감소하면서 증권수탁수수료도 전년 동기 대비 47.0% 줄었다. 보험 관련 이익도 사고 보험금 증가 등으로 18.3% 감소했다.

비은행 사업 확대로 수익을 다각화하겠다던 4대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됐다. KB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분기 54.2%에서 올해 1분기 67.2%로 높아졌다.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은행 순이익 비중이 55.7%에서 62.7%로 올라갔다. 하나(73.9%)와 우리(80.7%)도 은행 의존도가 커졌다.

배당 확대로 여론 달래기

이자 폭리 비판을 우려한 금융지주들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KB금융은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도입하기로 하고 1분기 주당 500원의 배당을 시행하기로 했다. 신한금융도 1분기 보통주 배당금을 주당 400원으로 결정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주주 가치 제고 방침을 밝혔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2005년 지주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