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일으킬 '사람' 없다…4년간 마을 164개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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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흔들린다 (3)
성장 깎아먹는 '인구절벽'
지자체 주민 유치, 돈만 날려
2040년엔 인구 1억명 '간당'
잠재성장률 마이너스로 추락
IT인력 79만명 확보 시급한데
고령화로 간병에 노동력 분산
![‘1인 마을’ 오이타현 나카츠에무라 미야하라 부락의 니시 야스코 할머니(87). /도쿄=정영효 특파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01.29719952.1.jpg)
10여 년 전 아랫집 주민이 고령으로 세상을 뜬 이후 올해 87세인 니시 야스코가 이 마을의 유일한 주민이다. 한 달에 1~2회 병원 정기검진과 2주치 식료품 구입을 겸해 읍내에 갈 때를 제외하면 줄곧 마을에서 홀로 지낸다. 한류 드라마를 시청하는 낙으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텅 빈 마을 공터까지 산책을 나간다. 그는 “아랫마을 큰 도로까지 나가봐야 빈집뿐이라 만날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니시가 세상을 뜨면 미야하라 마을은 사라진다.
인구 유지 포기하는 지자체 속출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5~2019년 4년 동안에만 주민이 0명이 되면서 소멸한 마을이 일본 전역에 164곳이다. 가까운 장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마을은 3622곳에 달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AA.29725458.1.jpg)
미야하라 마을이 속한 나카츠에무라에서도 ‘마을을 품위 있게 사라지게 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972년 이 지역의 유일한 산업이던 금광이 폐쇄된 뒤 7000명이 넘던 나카츠에무라 인구는 600여 명으로 줄었다. 이곳은 각종 지원금 제도로 이주민을 유치하려다 재정이 크게 악화된 경험이 있다. 인구 쟁탈 소모전을 벌이느니 장례식장 유치, 사망 수속 교육 등을 하는 게 낫다고 하는 주민이 많은 이유다.
2025년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나라
일본에서 인구 감소는 ‘잃어버린 30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지와 직결되는 경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인구는 장기 디플레이션의 유일한 탈출구인 소비 증가를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10여 년에 걸친 무제한 재정확장·금융완화 정책이 먹히지 않은 것도 “인구 감소가 정책의 허리를 잘랐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2017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인구 감소를 “북한 문제와 함께 일본의 2대 국난”으로 지정했다. 2000년대 들어 인구 감소는 일본의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내리고 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인구 감소로 인해 2040년께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2025년이면 800만 명에 달하는 전후 베이비붐세대(단카이세대) 전원이 75세 이상 고령자가 된다. 후생노동성은 작년 7월 “2025년까지 간병 인력을 32만 명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2040년이면 부족한 간병 인력은 69만 명으로 늘어난다. 간병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본에선 연간 10만 명이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후생노동성은 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을 6500억엔(약 6조2923억원)으로 추산했다.
경제산업성은 2030년 일본의 정보기술(IT) 인재가 최대 79만 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IT 인재 확보는 일본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과제다. 하지만 부족한 노동력은 저임금 업종인 간병 인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1970년 처음 1억 명을 넘어선 일본 인구는 80년 만인 2050년이면 9000만 명에 턱걸이할 전망이다. 인구 1억 명 사수는 일본의 명운이 걸린 문제로 평가된다. 일본의 모든 사회·경제적 구조가 인구 1억 명 이상의 시장을 전제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출생률이 2.07명 이상이어야 인구 1억 명 유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2020년 일본의 출생률은 1.34명으로 5년 연속 하락했다.
오이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