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힘빼기' 절충안 나오자…지방선거 앞둔 여야 득달같이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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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몰렸던 민주당 '출구' 찾아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22일 여야가 수용하면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관련한 극한 대치가 해소됐다. 여론전에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이 출구 전략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원칙도 없이 물러섰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중대범죄수사청 설립과 관련한 양당 간 견해차가 큰 만큼, 잠시 수면 아래로 사라진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힘선 "원칙없이 물러나" 불만
검찰에 남긴 시한부 수사권
1년6개월 뒤엔 중수청에 이관
검수완박 합의에 양당 온도차
표면적으로는 ‘검수덜박(검찰 수사권 덜 박탈)’으로 물러섰지만 민주당은 이날 합의로 한숨 돌리게 됐다. 입법 강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더해 지난 21일부터 검수완박 강행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지도부로선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예고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무력화하기 위한 박 의장의 협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무엇보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의원들 사이에 많았다”고 전했다.검수완박 추진 과정에 지지층을 결집했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25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인사청문회 정국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청문회에서 차기 정부 인사들의 부도덕성을 적극 알리고, 중도층 민심을 되찾아 지방선거를 유리한 국면에서 치르겠다는 게 민주당의 포석이다.
이날 여야 합의에 국민의힘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불리한 게 없는 싸움이었는데, 더 끌어도 되는 상황에서 얻는 것 없이 갑자기 타협안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김도읍 의원은 “6대 범죄 중 부패와 경제만 남기고 나머지 수사권은 검찰로부터 박탈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정치적으로 불리한 민주당에 출구전략을 제공한 것으로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다만 상당수 의원은 의석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강 대 강으로 맞서다가는 6대 범죄 수사권 전부와 보완 수사권까지 검찰로부터 박탈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총회에서 박 의장의 중재안이 추인된 배경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에 퇴로를 열어주는 대신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 개편 등에서 양보를 받는 이면 합의가 양당 원내대표 간에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중수청 설립 등 논란 계속될 듯
이날 합의에도 여야 간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1년6개월 이내에 출범시키기로 합의한 중수청 설립이 쟁점이다. 구체적으로 중수청이 어떤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게 될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중수청에 대한 인사권을 한동훈 후보자가 장관으로 내정된 법무부가 갖게 될지도 관심이다. 또 검찰과 경찰 출신 인사를 중수청에 어느 정도 비율로, 어떻게 배치할지 역시 중수청 입법 과정에서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중수청 신설을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 등으로 구성된다.공직자범죄 등 4개 범죄 수사권을 박탈하는 개정안 시행의 유예기간을 4개월로 규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앞서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에 설정된 유예기간 3개월이 입법 공백을 막기에는 너무 짧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박 의장 중재안 역시 유예기간을 이보다 1개월 늘렸을 뿐이다. 시행 이후 현장에서 갖가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다만 6대 중대범죄 중 부패 및 경제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한동안 검찰에 남으면서 수사권 조정에 따른 공백은 줄어들 전망이다. 성남 대장동 관련 수사는 부패 범죄, 월성 원전1호기 경제성 조작 관련 수사는 경제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겨냥한 수사는 여전히 검찰에서 하게 된다”며 “중수청 설립과 관련한 입법 절차는 차기 정부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수용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유정/이동훈/설지연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