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재안' 문제점 조목조목 비판…지방선거 영향 우려도(종합)

"1년 6개월 뒤 검찰청 폐지" "보완수사 기준, 범죄 단일성·동일성 아냐"
"정치인만을 위한 것 아닌가…향후 부정선거 사건 수사 못 하게 한 법안"
검찰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에 대해 22일 "여야가 함께 강행할 거라 생각은 못 했다"며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검찰청 및 일선에서는 중재안 8개 조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직접 수사는 한시적인데 중대 범죄에 대해 1년 6개월이 지나면 검찰은 아무것도 못 한다"며 "1년 6개월 뒤 검찰청을 없애는 걸 명시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중재안에는 여야가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개혁특위를 꾸려 6개월 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관련 입법을 한 뒤 1년 이내에 중수청을 출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1년 6개월 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아예 사라진다.

예 부장은 "경찰 송치 사건의 보완 수사 기준은 단일성·동일성이 아니다"라며 "송치 사건에 대해 진범이 밝혀지면 진범도 공범과 여죄를 다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중재안은 송치 사건의 경우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하도록 규정한다. 예 부장은 "단일성·동일성은 수사 과정에서 한 번도 논의된 적 없는 개념이고 생소하다"라며 "이 기준으로 보면 보완 수사는 정말 의미가 없다.

검찰이 공소장과 불기소장을 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뭔가"라고 짚었다.

검찰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가운데 뇌물·정치자금 관련 범죄나 기업·자본시장·조세 등에 관련된 부패·경제범죄 등 2개만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예 부장은 "부패·금융·선거범죄 등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 범죄를 수사하지 못 하게 하는 법제는 선진국에 없다"며 "중요 범죄에 대한 대응 능력이 현저히 악화하고 불법과 비리가 판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함께 선거범죄를 검찰 직접 수사 범위에서 제외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예 부장은 "지방선거가 있는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이라 공소시효 중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도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선거 범죄는 시효 문제, 선거 운동의 복잡한 법리 문제 등 어렵고 (수사에) 실수도 많은 범죄인데 (지방) 선거를 코앞에 앞두고 수사를 못 하게 하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도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수완박 추진은 현 여권의 비리를 막기 위한 의도로 시작됐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중재안에 의하더라도 각종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 공백이 예상되는데 현 야권도 올라탄 셈이다.

정치권 야합의 산물"이라고 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례없이 선거사범은 6개월의 최단기시효를 규정하고 있다"며 "경찰에서 5개월여 수사를 하다가 미진한 상태에서 검찰로 송치하면 검찰은 뻔한 사건도 시간 관계상 증거수집을 하지 못하고 무혐의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일 이후 6개월만 잘 버티면 향후 4년 동안 발 뻗고 편하게 살 수 있다"며 "정치인만을 위한 법안일 뿐만 아니라 향후 부정선거 사건 수사를 할 수 없게 만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