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에 산 주식이 1200원"…코스닥 中 기업, 또 먹튀 논란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GRT 코스닥 상장 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한 중국계 코스닥 상장사가 공모가의 4분의 1 가격에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먹튀’ 논란이 불붙고 있습니다. 소액 주주들은 ‘껌값’에 주식을 넘길 수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GRT(그레이트리치과기)는 최근 진행한 주식공개매수에서 목표 수량의 0.6%(11만2952주)를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GRT가 공개매수에 나선 것은 작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 입니다. 이번 공개매수로 중국인 주영남 대표 측의 지분은 72.46%에서 72.63%로 늘었습니다. GRT가 한국 증시에서 떠나려면 주대표 측이 상장 주식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상폐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자료=GRT 홈페이지 캡쳐
주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매수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237원입니다. 2016년 상장 당시 공모가(5000원)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현재 주가(1235원)와 비교하면 2원이 높습니다.

GRT는 2016년 공모를 통해 844억원을 조달했습니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한국에서 약 600억원의 차익을 남기게 됩니다. 주주들이 먹튀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이에 대해 GRT는 “경영 활동의 유연성,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하고자 자발적 상폐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세로 3396만원어치를 보유한 한 주주는 “보이는 게 거슬려서 팔아버릴까 고민하다 결국 공개매수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다른 주주는 “공모가인 5000원에 사줘야 주식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퇴출된 외국 기업 15개 중 13개가 중국 기업입니다. 증권업계는 중국 기업의 상폐로 인한 투자자 손실액이 38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사진=한경DB
‘더 킹 오브 파이터즈 게임’으로 유명한 SNK도 지난 14일 자진 상폐를 신청했습니다. SNK는 2019년 5월 코스닥 상장 당시 최대주주가 중국계 법인이었습니다. 현재 주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함메드 빈살만 재단이 보유한 EGDC입니다.

SNK는 공모자금으로 외국인 직원들끼리 ‘스톡옵션 파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SNK는 상장 직후 52만8203주의 자사주를 취득해 중국과 일본인 임직원 31명에게 스톡옵션으로 지급했습니다.

당시 SNK의 주가는 1만2900원이었지만 행사가격은 주당 0.1원이었습니다. 본래 시세의 13만분의 1 가격에 주식을 지급한 것입니다. 2020년말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을 전량 행사해 최소 13만배에서 27만배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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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