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때가 마지막…日총리, 14년 만에 韓대통령 취임식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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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 계기 정상회담 열리면 파탄난 한일관계 복원 '신호탄'
'위안부 합의' 주역 기시다, 강경파 반대 여론 극복이 관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음달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직 일본 총리의 한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은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하면서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찾는 경우가 뜸해졌고, 반일 기류가 강했던 문재인 정권에서는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만약 기시다 총리가 일본 집권당 내부의 반대 기류를 무릅쓰고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면 파탄 지경에 이르렀던 한일관계가 복원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위안부 합의' 주역 기시다, 강경파 반대 뚫을 수 있을까
한국 측이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기시다 총리의 참석을 기대한다는 말은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친선협회 회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일한친선협회 회장 자격으로 방한한 가와무라 회장은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과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을 등을 만났다.
일본으로 돌아간 가와무라 회장은 지난 19일 기시다 총리를 만나 윤 대통령 취임식에 일본 총리의 참석을 기대하는 한국 측 목소리를 전달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가와무라 회장은 방한 기간 면담 등을 통해 윤 당선인이 한일관계 개선에 의욕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고 기시다 총리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24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윤 당선인 측 정책협의단과 관련해 "지금의 (한일) 현안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주시하겠다"고 말했다고 가와무라 회장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국회 한일의원외교포럼 공동대표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이끄는 정책협의단은 24∼28일 일본을 방문해 일본 정부, 국회, 재계, 학계, 언론계 인사 등을 만날 계획이다. 한국 측이 기시다 총리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희망한다는 가와무라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본 집권 자민당 일각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20일 열린 당내 회의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총리가 참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토 회장은 기시다 총리의 취임식 참석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24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윤 당선인 측 정책협의단에 대해 "(한일 역사 갈등과 관련해)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오는지 묻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나도 외무상급"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측 정책협의단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자위대 출신인 사토 회장은 우익 성향이 강한 정치인이다.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단절됐던 양국 정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토 회장과 같은 일본 내 강경 세력의 반대 목소리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기시다 총리는 과거 외상 시절 일본 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한일 위안부 합의를 성사시킨 장본인"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라고 말했다.
◇ "양국 정상회담 통한 미래지향적 관계개선 의지 필요"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이전까지는 일본의 현직 또는 전직 총리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참석했고,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도 후쿠다 야스오 당시 총리가 직접 왔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는 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 당시 부총리가 참석했다.
이때는 전임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한 뒤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상황이었다. 탄핵 정국을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 기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은 국회에서 약식으로 치러져 전·현직 일본 총리가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5년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정상 간 교류는 단절되다시피 했다.
악화한 한일관계는 미국에도 큰 부담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한국, 일본과의 삼각 협력체제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향후 1∼2년 내 추구해야 할 핵심 실행 계획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미일 3각 협력을 대중 견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24일께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진구 센터장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서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까지 초청해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윤 당선인이나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3국 연계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4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정책협의단의 역할과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기시다 총리의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인다면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해결책도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위안부 합의' 주역 기시다, 강경파 반대 여론 극복이 관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음달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직 일본 총리의 한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은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하면서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찾는 경우가 뜸해졌고, 반일 기류가 강했던 문재인 정권에서는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만약 기시다 총리가 일본 집권당 내부의 반대 기류를 무릅쓰고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면 파탄 지경에 이르렀던 한일관계가 복원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위안부 합의' 주역 기시다, 강경파 반대 뚫을 수 있을까
한국 측이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기시다 총리의 참석을 기대한다는 말은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친선협회 회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일한친선협회 회장 자격으로 방한한 가와무라 회장은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과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을 등을 만났다.
일본으로 돌아간 가와무라 회장은 지난 19일 기시다 총리를 만나 윤 대통령 취임식에 일본 총리의 참석을 기대하는 한국 측 목소리를 전달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가와무라 회장은 방한 기간 면담 등을 통해 윤 당선인이 한일관계 개선에 의욕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고 기시다 총리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24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윤 당선인 측 정책협의단과 관련해 "지금의 (한일) 현안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주시하겠다"고 말했다고 가와무라 회장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국회 한일의원외교포럼 공동대표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이끄는 정책협의단은 24∼28일 일본을 방문해 일본 정부, 국회, 재계, 학계, 언론계 인사 등을 만날 계획이다. 한국 측이 기시다 총리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희망한다는 가와무라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본 집권 자민당 일각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20일 열린 당내 회의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총리가 참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토 회장은 기시다 총리의 취임식 참석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24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윤 당선인 측 정책협의단에 대해 "(한일 역사 갈등과 관련해)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오는지 묻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나도 외무상급"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측 정책협의단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자위대 출신인 사토 회장은 우익 성향이 강한 정치인이다.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단절됐던 양국 정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토 회장과 같은 일본 내 강경 세력의 반대 목소리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기시다 총리는 과거 외상 시절 일본 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한일 위안부 합의를 성사시킨 장본인"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라고 말했다.
◇ "양국 정상회담 통한 미래지향적 관계개선 의지 필요"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이전까지는 일본의 현직 또는 전직 총리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참석했고,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도 후쿠다 야스오 당시 총리가 직접 왔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는 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 당시 부총리가 참석했다.
이때는 전임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한 뒤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상황이었다. 탄핵 정국을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 기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은 국회에서 약식으로 치러져 전·현직 일본 총리가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5년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정상 간 교류는 단절되다시피 했다.
악화한 한일관계는 미국에도 큰 부담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한국, 일본과의 삼각 협력체제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향후 1∼2년 내 추구해야 할 핵심 실행 계획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미일 3각 협력을 대중 견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24일께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진구 센터장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서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까지 초청해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윤 당선인이나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3국 연계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4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정책협의단의 역할과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기시다 총리의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인다면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해결책도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