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견딘 대학가 터줏대감 맛집들…"학생들 '돈쭐'에 힘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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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집 돕기' 나선 졸업생들…선결제 해주고 무료나눔하기도 "일부러 찾아와준 학생들 덕에 비대면 수업 시작 직후 며칠은 오히려 더 바빴어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서 1997년부터 분식집을 운영한 박모(71)씨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처음 시작된 2020년 4월을 떠올리며 "힘든 기억보다 이날의 기억이 강렬하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 소식을 전해 듣곤 가게를 접을 생각을 했다던 박씨는 "한 학생이 '그러시면 안된다'고 말하더니 두시간쯤 뒤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렇게 이틀 정도는 이전보다 바쁘게 지냈다.
"고 말했다. 이어 "나쁜 기억보다 그날의 기억이 가장 크게 남는다.
위기를 견디면서 학교, 학생들과 유대감도 깊어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2년여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돼 일상을 되찾은 대학가는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박씨처럼 대학가 앞에서 오랜 시간 학생들과 동고동락해온 '터줏대감'들은 지난 2년간 숱한 위기를 견디며 학생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2007년부터 식당 영업을 해온 이대앞 명물 '포포나무' 사장 황모(63)씨는 "하루 열 명 남짓 손님이 올 정도로 힘들었는데 어느 날 평소보다 네다섯 배 많은 손님들이 왔다"며 "알고보니 학생들이 학교앞 상권을 돕자며 우르르 몰려온 거였다"고 말했다.
3호점까지 운영될 정도로 한때 장사가 잘되던 집이었지만 황씨는 코로나19로 분점 영업을 모두 접어야했다. 그럼에도 황씨는 "마냥 내리막은 아니었다"며 "힘내라고 조각케익을 사다주거나 거스름돈을 안 받겠다고 해서 실랑이를 벌인 졸업생들을 보며 '헛되게 장사하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힘이 났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한 이화여대 학생은 "새내기 때 많이 가던 음식점을 오랜만에 갔는데 더 맛있어졌다.
학교에 올 일이 있을 때마다 '돈쭐(돈으로 혼쭐)'내드려야겠다.
"라고 쓰며 추억이 담긴 해당 음식점을 응원하는 글을 썼다.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로 연세대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도토리 칼국수'도 코로나19로 휘청였지만 잊지 않고 찾아와준 졸업생들 덕에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사장 윤효희(62)씨는 "미국에서 연수를 하는 미대, 음대 졸업생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캐리어를 끌고 '제일 먼저 찾아왔다'고 말해준다"며 "졸업생들이 일부러 신입생을 데려와 가게를 소개해주는 것도 참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일부 졸업생들은 가게 물건을 '대량 구매'하며 보다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명물인 영철버거를 운영하는 이영철(54)씨는 "어제 졸업했던 학생이 후배들 시험기간 응원한다고 찾아와 햄버거 몇십 개를 선입금하고 나눠줬다"며 "졸업생 중 버거를 수백 개씩 결제해주고 재학생들에게 찾아와서 먹으라고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씨는 "학생들이 사랑해주고 도와준 만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변화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서 1997년부터 분식집을 운영한 박모(71)씨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처음 시작된 2020년 4월을 떠올리며 "힘든 기억보다 이날의 기억이 강렬하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 소식을 전해 듣곤 가게를 접을 생각을 했다던 박씨는 "한 학생이 '그러시면 안된다'고 말하더니 두시간쯤 뒤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렇게 이틀 정도는 이전보다 바쁘게 지냈다.
"고 말했다. 이어 "나쁜 기억보다 그날의 기억이 가장 크게 남는다.
위기를 견디면서 학교, 학생들과 유대감도 깊어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2년여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돼 일상을 되찾은 대학가는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박씨처럼 대학가 앞에서 오랜 시간 학생들과 동고동락해온 '터줏대감'들은 지난 2년간 숱한 위기를 견디며 학생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2007년부터 식당 영업을 해온 이대앞 명물 '포포나무' 사장 황모(63)씨는 "하루 열 명 남짓 손님이 올 정도로 힘들었는데 어느 날 평소보다 네다섯 배 많은 손님들이 왔다"며 "알고보니 학생들이 학교앞 상권을 돕자며 우르르 몰려온 거였다"고 말했다.
3호점까지 운영될 정도로 한때 장사가 잘되던 집이었지만 황씨는 코로나19로 분점 영업을 모두 접어야했다. 그럼에도 황씨는 "마냥 내리막은 아니었다"며 "힘내라고 조각케익을 사다주거나 거스름돈을 안 받겠다고 해서 실랑이를 벌인 졸업생들을 보며 '헛되게 장사하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힘이 났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한 이화여대 학생은 "새내기 때 많이 가던 음식점을 오랜만에 갔는데 더 맛있어졌다.
학교에 올 일이 있을 때마다 '돈쭐(돈으로 혼쭐)'내드려야겠다.
"라고 쓰며 추억이 담긴 해당 음식점을 응원하는 글을 썼다.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로 연세대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도토리 칼국수'도 코로나19로 휘청였지만 잊지 않고 찾아와준 졸업생들 덕에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사장 윤효희(62)씨는 "미국에서 연수를 하는 미대, 음대 졸업생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캐리어를 끌고 '제일 먼저 찾아왔다'고 말해준다"며 "졸업생들이 일부러 신입생을 데려와 가게를 소개해주는 것도 참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일부 졸업생들은 가게 물건을 '대량 구매'하며 보다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명물인 영철버거를 운영하는 이영철(54)씨는 "어제 졸업했던 학생이 후배들 시험기간 응원한다고 찾아와 햄버거 몇십 개를 선입금하고 나눠줬다"며 "졸업생 중 버거를 수백 개씩 결제해주고 재학생들에게 찾아와서 먹으라고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씨는 "학생들이 사랑해주고 도와준 만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변화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